전교조를 향한 교육당국의 불법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2천 명이 넘는 교사가 휴가를 내어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받게 됐다. 교육당국은 감봉, 견책까지 받은 3백여 교사들을 낯선 곳으로 강제 전보시키겠다고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이미 징계를 받았거나 시효가 끝난 과거의 일까지 끌어와 이중처벌의 덫을 놓는 것도 볼썽사나운 일이다.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부당성을 지적한 교사들의 입을 틀어막고 강제로 끌어내기까지 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말을 잃게 된다.
정부가 내세우는 징계 사유 역시 정당성이 없다. ‘단체 연가’ 신청은 노동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이 잘려나간 반쪽짜리 교원노조의 부득이한 선택이었다. 되려 연가 불허 방침을 내린 교육당국의 행위야말로 노조 활동에 대한 부당개입이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엄중 처벌만 되뇌는 데는 이번 기회에 교원평가제를 비롯한 신자유주의적 교육시장화 정책의 확대를 밀어붙이겠다는 속셈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러한 교육당국의 적반하장이 보수세력의 노조 때리기 공세와 사회 전반의 보수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보수세력은 한 손에는 구시대적 색깔공세, 또 다른 한 손에는 노동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격으로 노동운동을 차례로 무력화시켜 왔다. ‘귀족 노조’, ‘철밥통’ 운운하며 노동조합에 대한 파상공세를 퍼붓는가 하면, 비정규노동자들의 조직화는 싹수부터 잘라냈다. 최근 노동운동의 후퇴 국면 속에서도 조직력을 확장해 온 공무원노조를 겨냥한 강경 탄압은 지난해 보수세력이 거둔 최대 쾌거 중 하나였다. 그 틈에 비정규법안 개악, 한미 FTA 체결, 노사관계로드맵 강행 처리 등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나락으로 밀어넣을 신자유주의 정책이 속속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리고 이제, 노동운동의 숨통을 더욱 옥죄고 교육현장마저 보수의 텃밭으로 만들려는 전교조 흔들기가 요동치고 있다. 인권이 아닌 사학법인의 특권, 폭력의 근현대사, 강자만을 위한 교육을 찬양해온 보수세력에게 전교조는 자신의 기득권을 아래로부터 위협하는 ‘눈엣 가시’였을 터이다. ‘좌편향’을 되뇌다 못해 이젠 잇단 국가보안법 사건까지 만들어 전교조를 ‘친북’세력으로 낙인찍는 이유도 진보의 여린 싹마저 제거하기 위함 아닌가.
87년 민주화항쟁 20주년을 맞는 올해,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 현실은 너무나 초라하다. 법의 이름으로 ‘더 큰 불법’이 자행되고, 우편향 이념과 신자유주의적 정글의 법칙이 사회 곳곳에서 똬리를 틀고 앉아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호령하고 있다. 그 한 가운데 자기 방어의 권리와 비판의 목소리마저 결박당한 전교조 교사들이 있다. 반민주와 약육강식의 논리에 장악당한 교육현장에서 희망은 발견할 수 없다. 전교조 교사에 대한 무더기 불법 징계 시도를 철회하고 강자만을 위해 질주하는 교육의 방향을 역전시키는 일, 우리 사회 전반의 보수화와 반인권 경향을 되돌리기 위한 시작이다.
- 39호
- 논평
- 인권운동사랑방
- 2007-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