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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로 물구나무] 장애인 편의 위해 장애인화장실 잠근다?

닫혀있는 '우수개방 화장실'


청량리역 장애인전용화장실(아래 장애인화장실) 문 앞에 붙어있는 안내 글이다. 노숙인이 장애인 화장실을 점거하여 실제로 사용할 때 불편하니 문을 잠가 놓았다고 한다. 장애인 화장실을 잠가두는 것이 장애인의 공공시설 이용 편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일까? 장애인이 장애인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든 진짜 요인은 무엇일까?

청량리역 역무과장의 발상대로라면 노숙인은 장애인의 화장실 이용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안내 글은 화장실 이용의 불편함에 대한 원망을 노숙인에게 돌리지만, 사실상 가장 큰 제약을 가하고 있는 것은 화장실 문을 잠근 관리자의 행동이다. 청량리역뿐만 아니라 공원 등에 있는 장애인화장실도 문이 잠겨있는 경우는 많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의 편의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편의 시설 제공’ 때문이다.


공공시설에 장애인 화장실을 두는 것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것이다. 법률에 따라 편의 시설을 물리적으로 설치해 놓아도 청량리역처럼 화장실 문을 잠가놓는 행위는 이용약자에게 사회·심리적 장벽으로 다가온다. 비장애인이 화장실을 사용할 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잠겨있는 화장실 문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해야 한다고 상상해보라. 이런 조치는 이용약자에게 차별적이다.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운영하는 관리자는 단지 장애인 화장실을 마련했다는 것으로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니다. 이용 약자가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 이용 약자에 대한 해석을 넓혀 노인, 임산부 등 신체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노약자·장애인 화장실’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노숙인을 특정해 장애인화장실을 독점하는 집단으로 표현할 때, 사실 여부를 떠나 일상에서 노숙인이 겪고 있는 차별에 주목하고 싶다. 노숙인이 동절기에 추위를 피해서, 그나마 거리가 아닌 공공역사의 화장실로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노숙인을 막기 위해 장애인화장실을 잠가두는 것은 답이 아니다. 오히려 청량리역장은 역이 갖고 있는 공공적인 기능을 되살려 화장실뿐만 아니라 편의시설을 확대하고, 동대문구청장은 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없도록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공적인 주거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확실한 답이다.


지금 청량리역은 민자역사를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철도나 지하철은 시민들의 주요한 이동 수단이며, 역은 이용객들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공공장소다. 시민들, 교통 약자들을 위한 시설 확보와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 관리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이 시설들은,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누구도 불편을 겪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수개방’ 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