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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의 마음에 균열을 내봐!

[인권교육, 날다] 활동보조인과 함께하는 장애인 인권의 첫 만남

‘동정’과 ‘경계’의 시선 속에서 장애인은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보기만 해도 안됐고 불쌍하다는 동정의 울타리는 스스로 삶을 가꾸려는 장애인을 주저앉히고, 낯설음으로 시작된 경계의 장벽은 장애/비장애를 가른다.

특히 장애인과 일상생활을 하기는커녕 장애인을 가까이서 본 적도 없는 경우에 장애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정이 쉽게 나타난다. ‘좋은 마음’이라고 표현되는 말과 행동은 스스로를 정당화시키고 곧잘 장애인을 고정된 틀에 끼워 맞춘다. 많은 사람들은 ‘안되고 불쌍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좋은 마음’이 설마 ‘편견’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또 ‘장애에도 불구하고’ 성취한 대가를 ‘장애 극복(?)’의 이름으로 격려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왜냐하면 좋은 뜻의 칭찬이니까. 하지만 그 ‘선한 뜻’이 장애인에게도 즐겁고 기분 좋은 일일까?

날개달기

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하며 호흡을 맞춰야 하는 활동보조인이 갖는 장애인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두말할 것도 없이 중요하다. 현재 활동보조인 역할을 준비하는 꿈틀이도 실제로 장애인 가까이서 생활한 경험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높이고 편견을 없애는 기초 활동이 필수적이다. 활동보조인의 경우 장애인의 낯선 모습과 소통에 대한 경계는 적더라도 안타까운 ‘동정’의 마음이 깔리기 쉽기 때문에 무엇보다 동정적 편견을 내려놓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동정과 격려의 말들이 장애 당사자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간접체험을 통해 느끼고, 주의 깊이 생각하지 못해왔던 장애인을 위한 물건과 공간을 장애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더불어 날개짓 1 - 편견의 누더기를 훌~훌~

참여한 꿈틀이에게 쪽지를 한 장씩 나눠준다. 그리고 ‘장애인 하면 떠오르는 말’을 적도록 한다. 장애인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편견이라고 생각되는 낱말을 카드에 적은 다음, 모두 불 수 있도록 칠판과 같은 곳에 붙인다. 참여한 꿈틀이의 편견이 드러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스스로 편견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난 생각나는 거 없는데…’라고 말하고 가만히 있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사회적으로 갖는 편견을 적도록 한다. 돋움이는 카드의 낱말을 함께 읽고 가능하다면 간략히 분류한다. 동정의 말, 격려의 말, 충고의 말, 경계의 말 등.

각자가 편견의 말을 카드에 적고, 낱말주머니에 붙인다.

▲ 각자가 편견의 말을 카드에 적고, 낱말주머니에 붙인다.


소극적이다, 안됐다. 쯧…, 불쌍해, 장애인이라서 그래, 어디 불편하세요, 걷거나 그럴 때 참 불편하겠다, 못한다, 아깝다(동정심), 힘들겠다, 지저분하다, 에그~쯧쯧(안쓰럽다는 듯), 나는 건강한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도와주고 싶다, 병신아, 자격지심,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갈까 힘들어서 슬프다, 이상해, 거부감, 바보, 가엾다, 가족이 힘들겠다, 연약하다, 제2의인생자, 보편적 인권(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분)

참가 인원에 따라 두서넛 모둠으로 나눠 모둠별로 터널을 만들도록 하고, 터널마다 이름을 붙인다. 동정의 터널, 격려의 터널 등. 너무 짧은 터널이 되지 않도록 한 모둠이 10여 명 이상이 되도록 한다. 각 모둠에서 1명씩 뽑아 지체장애, 시각장애, 뇌병변장애인의 역할을 맡는다. 장애인 역할을 맡은 꿈틀이는 각 터널을 차례로 지나가고, 터널 역할을 맡은 꿈틀이들은 터널이름에 맞게 말과 행동을 한다. 예를 들어 동정의 터널에서는 ‘이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나, 쯧쯧’ ‘불쌍해라. 도와주고 싶네’ 등 동정을 나타내는 말을 하고 시선과 행동도 그에 맞게 한다. 실제 장애인을 마주했을 때처럼 연기하도록 주문한다.

차별의 터널 지나기

▲ 차별의 터널 지나기


장애인 역할을 맡은 꿈틀이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본다. 동정의 터널뿐만 아니라 격려의 터널을 지나더라도 기쁨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격려를 해주는 데도 기쁘지 않더라고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라고 말하는 꿈틀이에게 ‘왜 그러했는지, 속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차분히 들여다 볼 수 있게 이야기를 이끌며, 장애인이라서 도드라지게 보는 시선의 불쾌함, 차별의 불편함에 접근도록 한다. 물론, “동정은 기분 나빴는데, 격려터널을 지날 때는 마음이 따뜻해졌어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격려가 자칫 ‘장애인 개인에게 장애를 극복하며,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강요될 수 있다는 것 등을 짚는 것이 필요하다. 단, 차별 터널을 진행할 때 재미로 다가가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터널을 만들기 전에 장애인의 느낌에 찬찬히 다가가자고 독려하며, 조금 신중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날개짓 2 - 쑥^쑥^ 장애인권 감수성 UP

편견과 차별의 터널을 지나, 이제 장애인의 삶에 손을 내미는 시간. 있으면 편하기도 때론 귀찮기도 한 핸드폰, 그런데 장애인에게 핸드폰은 어떤 물건일까? ‘장애인에게 이 물건은, 이 공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살펴보면서 장애인의 삶에 다가간다. 모둠별로 그림 카드를 나눠 갖고, 카드에 담긴 그림이 장애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의논해서 적도록 한다. 그림 카드는 컴퓨터, 휴대폰, 통합학교, 신호등 음성안내장치, 자립생활센터, 장애인화장실, 엘리베이터, 활동보조인, 저상버스, 전동휠체어 등으로 준비한다.

장애인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보기 ‘장애인에게 ~은 ○○다’

▲ 장애인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보기 ‘장애인에게 ~은 ○○다’


장애인 화장실은 ‘편안함’, ‘쉼터’이다.
활동보조인은 ‘친구’, ‘형제’, ‘자매’이다.
핸드폰은 ‘분신’, ‘SOS’이다.
음성신호등은 ‘생명등’, ‘안내자’이다.
자립생활(센터)는 ‘복지터전’,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밑거름’, ‘삶의 터전’이다.
승강기는 ‘다리’, ‘평평한 땅’이다.
전동휠체어는 ‘다리’, ‘신체일부’, ‘호흡’이다.
저상버스는 ‘배려’, ‘편리함’, ‘동참’, ‘자연스러움’이다.
컴퓨터는 ‘희망’, ‘필수’이다.
통합학교는 ‘왕따’, ‘배려’, ‘필요’, ‘불편’, ‘불신’이다.


이 활동은 장애인의 삶을 구체적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생활하는데 불편 하겠다’라는 식의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시킬 수 있고, 더 나아가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장애 인권을 이해하는 기초적인 활동이므로 ‘필요한 것, 대안’을 찾기보다는 기본적인 감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자.

끝으로 이동권 투쟁, 자립생활과 탈 시설 투쟁, 교육권 투쟁 등 장애인 투쟁의 역사가 바꾼 일상의 풍경들을 소개한다. 저상버스, 지하철 엘리베이터, 장애아동 통합교육 등 이런 일상은 장애인의 절박한 삶 속에 때로는 목숨을 걸고 어렵게 얻어낸 소중한 변화이고, 또 그 가운데 활동보조인제도가 있다는 사실은 꿈틀이의 마음도 꿈틀~꿈틀~ 하도록 만든다.

끄덕끄덕 맞장구로

장애인을 ‘도와주기 위해’ 활동보조인이 되려고 한 처음 마음을 모두 보듬으면서 꿈틀이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좋은 뜻’이라 굳게 믿고 있는 선량한 마음에 균열을 내야만 한다. 장애인을 경계하거나 외면하는 것처럼 동정의 태도도 차별의 장벽을 쌓는다는 것을 자연스레 일깨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의 균열을 시작으로 눈높이를 맞추는, 평평한 땅을 딛고, 어깨 높이를 맞추게 된다는 것을.

덧붙임

고은채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http://dlhre.org)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