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1959년 3월 10일에 티베트 전역에서 중국의 무력침공에 항의하고 자신들의 자유를 촉구하는 시위가 일어난 지 50년이 흘렀다. 그리고 2008년 3월 10일, 중국의 티베트 점령과 지배에 대해 항의의 목소리를 낸지도 1년이 지났다. 이에 티베트와 티베트인의 자유를 생각하는 공동체 '랑쩬'에서 각계각층의 생각을 듣는 기사를 기획하였고, 이를 <인권오름>에도 싣게 되었다.
1년 전의 의문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3월 공중파방송 등 각종 언론을 통해 티베트 승려들이 중국공안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그리고 중국 군대의 발포로 쓰러져 있는 승려와 티베트시민의 사진, 승려들이 폭력적으로 진압당하는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나오면서 자연과 융화되어 살아가는 평화로운 중국의 변방이라고 생각해온 티베트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의아해하는 국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중국의 번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기획된 베이징올림픽에 맞춰 티베트에서 벌어지는 억압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온 세계에 알리고자 십 수 년을 기다려 저항한 티베트의 절규는 폭력적으로 제압되었고, 이윽고 쓰촨성의 지진으로 혼란에 빠진 중국은 비극적인 수많은 매몰자 주검과 피난민의 고통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면서 그렇게 잊혀져갔다.
많은 사람들이 티베트를 여행한다. 그리고 다녀온 이들은 현대문명에 의해 개발이 되지 않은 티베트의 고풍스런 운치에 감탄하고 현대 자본주의 문명, 도시문명의 갑갑함으로부터 정신적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이야기 한다.
종교와 삶이 결합되어 고즈넉한 안개 끝자락에서 홀연히 나타날 것 같은 고원위에 문명 티베트. 하지만 51년 인민해방군의 티베트침략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제국의 열망에 뒤틀려 50년간 온전한 역사를 이루지 못하였다. 2008년 이전인 수십 년 전부터 의 야만적인 폭력을 당하며 살며 평화스럽지 않은 문명 '티베트'.
창씨개명, 일황참배, 국어말살 등 일제식민시대 민족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던 일제의 만행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 중국정부가 하나의 중국이라는 미명아래 티베트 문화를 말살하려는 강압적인 정책을, 일제가 우리에게 했던 것처럼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08년 3월 '프리 티베트(Free Tibet)'을 외치며 중국대사관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승려들과 함께 중국정부의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한지 1년이 지난 오늘, 여전히 들려오는 소식들은 암담하기만 하다.
제국을 꿈꾸는 중국
중국정부는 티베트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여 티베트인들의 저항의 목소리가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티베트의 자치를 위해 간간히 저항하는 승려들의 소식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중국정부의 언론통제로 어느 정도 저항이 진행되는지 그로인해 얼마나 죽었고 투옥되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황제를 몰아내고 인민을 해방시켰다는 중화인민공화국은 그 이름대로 '중화'를 위해 티베트와 소수민족에게는 여전히 황제처럼 권력을 휘두를 뿐이다.
‘미국처럼’이거나 아니면 ‘미국을 넘어서는’ 제국이고자 하는 중국에게 자원의 수탈대상으로서 그리고 인도와 맞닿은 국경인 티베트는 놓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티베트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대부분의 국가는 여러 이해관계에 따른 다양한 층위의 관계를 ‘제국을 꿈꾸는 중국’에게 제안받거나 강요당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제국의 주변 국가들은 제국의 대외관계정책의 변화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았다. 티베트와 주변 소수민족의 차별에 대한 저항을 무력화하고, 미국 등 주요강국들의 간섭을 덜 받게 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제국으로서 중국의 위세를 보이려 할 것은 자명하며 그 방식은 때로는 매우 폭력적일 수도 있다. 결국 티베트의 현재와 미래는 제국으로서 중국이 취할 대외정책이 주변 국가와 개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이다.
외면하지 말아야
중국의 학살과 탄압으로 고통받는 티베트를 외면한다면 제국이 추구하는 약육강식의 질서는 공고화되고 제국간의 무한경쟁 속에서 우리의 삶 또한 지금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투기자본의 횡포 그리고 이에 동조한 국내 대기업과 금융권의 잘못된 운영으로 서민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위기를 해결하는 댓가로 받게 되는 고통을 힘 없는 서민들이 짊어지는 현실과 비슷하다.
2008년 3월 이후 티베트의 소식을 언론에서 더 이상 듣거나 볼 수 없지만 티베트의 문제에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지키자는 숭고한 의미와 더불어 티베트의 불행한 현실이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프리 티베트(Free Tibet)'라는 구호가 목마르다.
덧붙임
심상정님은 진보신당 상임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