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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공룡트림] 초딩의 연애?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아.

이 번 달 공룡트림에서는 샤방샤방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 그게 뭐냐고 바로 연애 이야기지. 이번 공룡트림에서 함께 볼 책들은 초등학생들의 연애를 다룬 동화책이야. 어때? 흥미진진하겠지? 그런데 막상 초등학생의 연애를 다룬 동화책들을 이리저리 찾아보았지만 별로 없더라고. 왜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해.

연애를 금지하는 학교 규칙까지 있다는 중학교 고등학교의 말도 안 돼는 상황과는 좀 다르지만 초등학생의 연애도 무시당하기 일쑤야. 초등학생의 연애는 아예 제대로 된 연애로조차 생각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이리저리 뒤져서 찾을 수 있었던 책이 세권 정도야.

먼저 볼 책은 『친구는 싫어 남친이 되어줘』(대원키즈노벨)야. 이 책의 주인공은 모두 여자 아이야. 그리고 주인공들이 좋아 하는 남자 아이는 이 책의 표현을 빌자면 모두 “얼짱, 킹카, 왕자님”이야. 한마디로 평소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자기들과 아옹다옹 다투고 장난치는 진짜 남자 아이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지. 진짜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커다란 갈등도 없고 현실적인 문제도 없어. 게다가 이 책에 나오는 남자 아이들은 주인공을 처음부터 너무 좋아해. 당연히 모든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이지.



이 책의 내용은 한 편, 한 편이 모두 만화영화에 나올만한 이야기들뿐이야. 그러니 한번 재미삼아 심심풀이로 읽을 수도 있지만 사랑을 주고받는 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책은 아니야. 아니, 어쩌면 심심풀이로 보기에도 좀 문제가 많은 책인지도 몰라. 여전히 이 책에는 연애에 수동적이며, 백마 탄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 아이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야.

두 번째 책은 『첫사랑』(푸른 책들)이란 책이야. 이 책의 주인공은 동재라는 이름의 6학년 아이가 주인공이야. 동재는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이야. 아버지가 재혼을 하고 새엄마와 여동생이 생긴 상황이 가시덤불처럼 자신의 마음을 찌를 때, 연아 라는 아이를 좋아하게 돼.



그런데 동재의 첫사랑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아. 연아에게는 찬혁이라는 잘나가는 남자친구가 있어. 찬혁이는 아역 탤런트라 잘생긴데다 또래 아이들을 부하처럼 부릴 수 있는 힘까지 가지고 있어. 그러니 동재에게 시작된 첫사랑은 거의 하늘에 별 따기 인거지. 이런 동재에게도 기회가 와. 찬혁이가 연아가 준 러브장을 다른 남자아이들에게 돌려본 것이 밝혀져 사이가 멀어지게 되거든. 그리고 동재는 조심스런 첫사랑을 시작해.

『첫사랑』은 주인공 동재의 세부적인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이야기야. 게다가 이혼과 재혼이라는 가정의 변화를 겪는 아이의 심리도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어. 뿐만 아니라 요새 아이들의 문화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지 하지만 초등학생의 사랑이라는 부분에서는 껄끄러운 부분들이 많아.

『첫사랑』에서는 동재나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서로 사귀는 모습은 투투 데이니, 유명 아스크림 가게, 노래방에서의 100일 반지를 주는 것 등이 요새 초등학생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그려지긴 하지만 왠지 겉모습만 보이기 때문이야.

특히 이 글에서 나타나는 연아의 모습은 너무 불만스러워. 왜냐고? 짧은 연애 기간이지만 동재와 연아는 사귀면서 한 일은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노래방에 가고, 패스트푸드점을 간 것이 거의 전부이야. 그런데 그 속의 연아는 현실적인 초등학생의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 우리는 이 글 속에서 연아가 어떤 아이인지, 연아의 고민은 무엇인지는 거의 알 수 없기 때문이야.

게다가 책 속에서 그려지는 연애는 여전히 찬혁이와 동재의 일방적인 연애지 연아의 연애가 아니야. 연아의 사랑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의 변화가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야.

생각해 봐. 초등학생의 연애는 단지 투투데이나 100일 반지 같은 이벤트만 있는 단순한 것일까? 그래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는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알게 되는지에 전혀 그려지지 않아도 상관없는 걸까? 책 속의 동재와 연아는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초등학생 연애는 이렇게 단순하기만 할까? 책속에 나오는 동재처럼 연애하는 초등학생이 가진 고민은 오직 ‘데이트에 쓸 돈을 어디서 구하나?’ 밖에 없을까?

세심한 심리묘사와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주인공이 나오지만 『첫사랑』이 아쉬운 건, 초등학생 연애를 속 깊은 이야기가 아닌 남자 아이의 연애 담으로만 그려낸다는 점일 거야.



마지막 이야기 할 책은 『루카 루카』(풀빛)야. 이 책은 위의 두 책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의 사랑이야기야. 이 책의 주인공은 파니라는 여자 아이야. 이 책은 파니가 같은 반 아이 루카와 만나고 사귀며 다시 헤어지는 과정이 그려져 있어.

이 책은 파니에게 같은 반 남자 아이에 불과 했던 “루카”가 어떻게 나만의 특별한 존재인“루카 루카”가 되는지를 두 사람이 사귀는 모습, 서로의 감정과 그 설렘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것 뿐 만 아니라 그 설렘이 사라졌을 때, 감정이 어떻게 식어 가는지에 대해서도 담담하고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야.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주인공인 파니의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야. 다른 책에서 흔히 나오는 연애에 소극적이고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여자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적극적이며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도 훨씬 당당한 파니의 모습은 책을 읽을수록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져. 그래서인지 앞의 두 책 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사랑이 훨씬 진지하게 느껴지기까지 해.

지금까지 초등학생의 연애를 주제로 한 책 세 권을 살펴보았어. 초등학생들도 두근거리는 연애 감정 나누고 사귀면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깊은 고민들도 하는데, 동화책에는 그런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아. 혹시 어른들이 “초딩”의 연애라고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단순하지 않은 것처럼 초딩의 연애?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
덧붙임

이기규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