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교원 수급정책은 땜질식 처방의 연속이었다. 해방 후 6,70년대를 거치며 극심한 교원 부족현상을 일시적으로 무마하려 정부는 사범대학을 난립하고 교원 자격증을 무분별하게 발급한다. 여기에 국․공립 사범대학 졸업생의 우선 임용이 위헌 판결을 받으며 사범대학의 목적성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다. 땜질식 처방의 결과 예비교원의 적체현상이 지속되자 정부는 교원 임용제도를 공개 경쟁 전형으로 바꾼다. 현재의 임용고시가 교원을 선발하는 기준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사범대학은 본래의 목적성을 잃은 채 임용고시를 위한 수단이 되어버렸고 임용이 양성을 왜곡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말았다. 90년대 이후 출산율은 줄어들고 교원자격증은 남발되어 적체현상이 더욱 심해졌는데도 정부는 일반 학과의 교직이수를 늘리고 지방 사립대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버린 사범대학을 난립하는 등 경쟁만을 부추기는 정책을 편다. 그 결과 현재 임용고시의 경쟁률은 평균 50대 1을 상회하며 일부학과의 경우 최고 250대 1을 넘나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과연 무한경쟁으로 배출된 교사가 입시지옥에 허덕이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까?
교사를 공개경쟁의 지필시험으로 선발한다는 발상자체가 문제다. 과연 80문제 가량의 객관식 시험으로 좋은 교사를 가려낼 수 있을까. 의사가 되기 위해서 수년의 시간 동안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인간 존중의 신념을 키워야 하는 것처럼, 교사도 사범대학이라는 전문양성기관에서 교직에 대한 가치관과 아동의 전인적 성장에 대한 교육철학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사범대학의 모습은 어떠한가. 참교사가 되고픈 부푼 꿈으로 입학한 학생들도 4년간의 사범대 생활을 거치며 눈 퀭한 현실 타협적 고시생이 되기 마련이다. 임용고시 자체가 교육현장의 여러 문제 상황을 반영할 수 없다는 본질적 한계가 있으며 살인적인 경쟁률과 불안감 속에 진정한 교육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할 기회는 박탈된다. 그나마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경쟁률이 지금보다는 높지 않아 캠퍼스의 낭만도 있고 교육문제 토론 동아리 등도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현재는 오로지 시험을 위한 스터디만 횡행하며 함께 공부하는 동료는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될 뿐이다.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4년의 교육과정을 마쳐도 절대 다수는 노량진가의 학원 강의를 들으러 간다. 공교육 교사가 되기 위해 사교육에 헌신해야 한다. 학원가는 수만명의 임용고시생들로 북적이며 사교육 기업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 학생은 임용고시에 도움이 되는가 안 되는가의 기준으로 수강신청을 한다. 사범대학의 주최로 유명 학원강사가 와서 특강을 하는 현실이다. 요컨대 임용고시는 교원의 양성, 임용 전부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임용고시의 어마어마한 경쟁률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그러나 아직도 엄청난 경쟁률이 왜 문제가 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교사는 수만명의 인생에 영향을 주며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인도하는 직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무한경쟁으로 배출되어서는 안 된다. 사범대학의 목적성을 확보하고 교육과정을 강화하여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키워주는 양성․임용 체제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무한경쟁 체재는 교사들로 하여금 신자유주의적 경쟁구조를 내재화하고 그것을 교육현장에서 정당화, 재생산하는 도구로 작용할 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출산율 저하를 빌미로 중학교 교원을 2015년까지 9만9796명으로 동결하고 고교 교원은 매년 500명씩 줄여나갈 계획이다. 신규 교사 채용 규모는 계속 줄어드는데, 이미 적체된 인원에 매년 쏟아지는 졸업생들까지 더해지면서 교원수급 불일치 문제는 손대기 어려울 만큼 깊이 곪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간제 교사 채용 확대, 예비교원들의 해외 진출 등 효과가 의심스러운 미봉책만 쏟아내고 있다. 또 평가를 통해 기준에 미달하는 사범대학의 입학 정원을 줄이겠다면서도 2008년 5개, 2010년 1개 대학의 사범대 신설을 허용했다.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임용고시가 도입된 지 20년이 흘렀다. 이제 획기적인 개혁안이 필요할 때이다.
대안은 분명히 있다. 근본적인 방향은 임용고시의 폐지와 사범대학의 목적성 회복이다. 주지했듯, 몇 차례의 시험으로 좋은 교사를 선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의 제도는 교사의 지적 수준만 평가할 뿐 개개인의 교육관이나 사명감 등은 살피지 못한다. 다른 기준으로 교사를 임용하는 전환적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을 강화하여 지적 영역만이 아닌 학생에 대한 이해, 인권 존중 등의 가치를 함께 신장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범대학의 본래 목적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교원의 양성·임용의 정상화를 위해 수반되어야 할 구체적 대안을 살펴보자.
첫째, 정부는 출산율을 핑계 삼지 말고 교사 당 학생 수가 여전히 높은 만큼 교원 수급을 늘려야 한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교사 당 학생 수가 적절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면서도 교육현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둘째, 교원 자격증 발급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현재 중등 교원 자격증은 사범대학 졸업, 일반학과의 교직이수제, 교육대학원의 졸업 등을 통해 무시험검정으로 발급된다. 교원 자격증이 있으면 임용고시를 볼 수 있는데 현재의 무분별한 자격증 발급제도는 교원 적체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초등 교원의 경우 교육대학을 졸업하면 자격증을 발급받는데 현재 교육대학은 모두 국립으로 얼마 되지 않아 자격증 발급이 중등 과정보다 엄격하다. 때문에 경쟁률도 중등 교원 임용만큼 심각하지 않다. 사범대학, 교직이수제, 교육대학원을 축소·조정하여 경쟁률을 낮추고 질의 향상을 도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을 개편하여 교육현장에 대한 이해, 인권 교육, 교육 현실에 대한 신념 등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교육과정에 이러한 정의적 요소들은 전무하다. 또한 실제 현장에서 학생을 만나는 교육실습은 현재 4년의 교육과정 중 4주에 그쳐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4학년 때 실습을 나가기 때문에 현장의 모습을 제대로 배워올 수 없다. 독일, 프랑스는 2년 이상, 영국, 미국은 1년 이상 교육실습을 나가는 현실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교육과정이 얼마나 부실한가를 알 수 있다.
넷째, 교사의 비정규직화를 막아야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인턴교사라는 이상한 직책이 생겨났다. 일선 학교도 정교사가 아닌 계약직 기간제 교사만 뽑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따른 교사의 전문성 약화는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그 결과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임용고시의 경쟁률을 지적하면서도 그 프레임에 갇혀 폐지에 대한 근본적 논의는 감히 못하고 있다. 결코 좋은 선생님을 가려낼 수 없는 현재의 임용고시는 폐지되어야 한다. 임용고시의 문제는 비단 예비교사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교육은 국가의 중요한 공적 시스템이고 현장의 주체인 교사를 양성․임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앞날을 가늠하는 중요한 화두이다. 학생들이 꿈을 꾸고 교사는 희망을 노래할 수 있도록, 그 교사가 무한경쟁이 아닌 교육에 대한 열망과 사명감 속에서 양성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관심이 절실하다.
덧붙임
하라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