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라고, ‘인권’이라는 말을 부대끼는 마음 없이 내뱉을 수 있는 때가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올 한 해가 가장 기억에 남는 해가 될 것 같은 마음은, 인간의 기억력의 한계가 준 선물이겠지요.
인권활동가들이 뽑은 인권 10대뉴스만 봐도, 파란만장했던 2011년이 눈앞을 스쳐갑니다. 다행히 즐거운 소식도 적지 않습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한 희망의 버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의 불을 당긴 도가니의 바람, 상가세입자의 재정착 권리를 선언한 두리반과 명동 마리, 10만 명 시민의 발의로 엊그제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학생인권조례 소식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로 피워 올린 따뜻한 소식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표현의 자유가 곳곳에서 공격당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통과되어 우리 모두의 삶을 위협하고, 강정마을의 평화는 깨진 구럼비 바위 위를 맴돌며 이 땅에 내려앉지 못하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비롯해 많은 노동자들이 잇따른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청소노동자, HIV/AIDS 감염인, 거리홈리스 등 많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사회적 모욕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또 다른 자리에서 여러 싸움이 펼쳐지겠지요.
<인권오름>이 이 소식들을 얼마나 충실히 전했는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버리는 시간들 안에서 곱씹어야 할 것들을 얼마나 잘 챙겨 이야기꺼리로 풀어놓았는지 자신은 없습니다. 조금은 긴 호흡으로 인권의 현장으로 여러 독자 분들을 초대하려고 했던 노력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았기를 바랍니다.
사실 <인권오름>은 ‘편집’의 역할이 거의 없는, 오로지 좋은 글과 그림을 보내주시는 여러 활동가들과 다양한 필진, 인권단체들의 수고로운 노동으로 발행되는 매체입니다. 누구보다도 좋은 글, 그림 보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귀찮기도 할 메일을 꼬박꼬박 열어 읽어주시는 인권오름 독자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인권오름은 280호로 올해를 마무리 합니다. 일주일 쉬고, 2011년 1월 4일 281호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내년에도 꾸준한 관심과 아낌없는 지지를 부탁드릴게요. 2011년 한 해 따뜻하게 갈무리 하시고, 모든 분들에게 평등한 따뜻함이 깃드는, 웃음이 함께 하는 2012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 2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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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오름
- 201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