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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교육, 날다] 노동, 인권이 된 사연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를 통해 본 노동인권의 의미

몇 해 전 ‘따뜻한 밥 한 끼’라는 캠페인이 있었다. 창고 한 켠, 계단 밑, 화장실 옆 창고에서 식사를 하고 쉬는 청소노동자의 노동과 생활에 주목하면서 인간다운 노동, 인간다운 대우를 요구하며 벌인 캠페인이다. 인권교육에서 종종 이 캠페인 소식을 소개했는데, 교육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체로 문제를 공감하면서도, 노동인권의 문제로 규정하는 것은 처음인 듯한 ‘어..’하는 분위기였다.

청소노동자의 노동에 대해서 말할 때, 일하는 시간과 그들이 받아야할 적당한 비용만을 얘기하면 인권은 끼어들 틈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디서 쉬든, 밥을 먹든, 얼마나 힘에 부치는 일인지 상관없이 한 시간에 4,860원 시급이면 다 되는 계산기처럼.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라고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듯, 노동은 인간의 권리와 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사실 한 시간 시급이 얼마라고 정한 강력한(!) 법도 적절함을 매년 따지는 된 것도 오랜 세월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산물이니까.

하지만 취업(일할 권리)과 임금협상, 법적으로 보장된 것만을 다루는 직업/노동교육에서는 죽음으로 내몰리는 쌍용자동차 노동자 삶도, 유령처럼 떠도는 청소노동자의 일과 생활도 설자리가 없다. 그들의 삶이 초대되는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두근두근 노동인권 탐험대, 출발~

이날 교육은 노동의 역사를 통해 노동과 인권의 긴밀한 관계를 살펴보는 ‘노동과 인권은 어떻게 만났나?’였다. 두근두근, 노동인권 탐험대 두 번째 시간이다. 살짝 소개를 하자면, 이번 강좌는 청소년과 함께하는 노동인권교육 강사 양성과정으로 서대문/성동 근로자복지센터에서 마련하고, 인권교육센터 들과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강의를 준비했다. 참가자 마감이 일찌감치 끝나고 기다리는 사람도 여럿이라는... 놀라운 소식은 노동인권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이리라!

1부 | 쑥쑥, 노동인권감수성 키우기
▶ 1강 인권이 꽃피는 지역, 인권이 꽃피는 노동 : 인권감수성 키우기
▶ 2강 노동과 인권은 어떻게 만났나? : 노동인권이 역사적으로 생성되어 온 과정 살피기
▶ 3강 나와 우리의 노동, 안녕하십니까? : 2013년 노동인권의 현주소와 쟁점 살피기

2부 | 쑥쑥, 노동인권교육 역량 키우기
▶ 4강 노동인권교육은 맛있다 : 청소년과 함께하는 노동인권교육 맛보기
▶ 5강 노동인권교육으로 가는 무지개열차 : 노동인권교육의 원칙과 다양한 방법론 배우기
▶ 6강 노동인권교육, 활짝 날갯짓 1 : 사례별 노동인권교육 기획 실습하기
▶ 7강 노동인권교육, 활짝 날갯짓 2 : 참여자의 노동인권교육 기획안 시연하기

노동자의 하루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24시간의 일일 생활표를 통해 노동자의 일상을 살펴봤다. 일일생활표의 주인공은 [12시간 2교대 근무를 하는 자동차 공장 노동자의 하루],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고등학교 여학생의 하루], [마트에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의 하루], [어린 아이를 둔 000 노동자] 등이었다.


12시간 주야로 근무하는 일터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노동자의 24시간 중, 반절은 이미 말했다시피 ‘일’이다. 그럼 나머지 12시간은 어떻게 될까?

아침 7시 일을 마치면 공장에서 아침을 먹고, 통근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온다. 벌써 8시, 씻고 출근 하는 부인과 학교 가는 아이들의 얼굴을 스치는 시간. 아침 9시가 넘어 잠에 드는데, 갑자기 벨이 울리고 ‘택뱁니다’라는 목소리에 선잠이 깨고. 오늘은 등기우편이 오진 않겠지. 정수기 청소는 지난주에 했고……. 그리고 다시 잠이 들고 어느새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리면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잠깐 집에 들르는 오후 3시. 잠을 깨우며 TV를 보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피곤이 가시지 않는 나른한 몸을 일으키면 5시. 저녁을 회사에서 먹으려면 1시간은 일찍 준비해야한다. 통근버스를 타고 회사에 도착하니 6시. 저녁을 먹고 일을 준비하며 또 하루를 시작.

노동을 위한 시간들

‘12시간 노동’도 하루의 반이나 되는 많은 시간이지만 출퇴근하는 시간, 회사에 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시간을 절약하며 회사에서 하는 식사시간 등을 포함하면 일과 관련된 시간은 15시간이 넘는다. 노동의 역사가 15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서 1일 8시간 노동으로 흘러왔던 것을 생각하면 깜짝 놀랄만한 장시간이다. 이것이 12시간 주야간 교대 노동 조건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경우일까?


그럼, 6시간 노동하는 마트 노동자는 어떨까? 아침 10시에 시작해서 오후4시까지 일하는 경우, 출근하는 시간, 회사에서 준비하는 시간, 일을 마치고 교대, 뒷정리하는 시간까지 헤아리면 6시간 근무가 아니라 일과 관련된 시간은 8시간이 넘는다. 8시간 노동일 때 역시 노동 관련 시간이 8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하루 일과에서 노동시간과 나머지 생활시간(잠, TV시청, 시장보기, 운동 등)을 구분해 본다면, 출근/교대/뒷정리 등 일과 관련된 이 많은 시간은 과연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 것일까? 노동인권교육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노동시간이 줄어든다면

이날 교육 프로그램에서 마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와 자동차공장의 노동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학생은 한 가족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각각의 일과표를 만들고 보니 이들이 서로 얼굴을 대면하는 시간이 아침뿐이었다. 출퇴근이 겹치는 어수선한 아침에 잠깐 한 자리에 모이지만, 이들은 식사를 같이할 겨를도 없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회사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남편, 학교와 알바로 하루 일과가 빡빡한 학생도 삼각 김밥과 야식으로 불규칙한 식사를 한다. 그렇다고 부인의 가사노동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물론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맞벌이 가정의 부부 일과표 역시 이와 비슷했다. 정말 평범한 듯 보이면서도 안타까운 24시간이었다. 대체 이 노동자의 하루는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노동시간을 단축시켜온 노동의 역사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왔는지(건강, 여가, 쉼, 행복 등)를 돌이켜 보면, 그 답은 생각보다 쉬울지 모른다.
덧붙임

고은채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