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대통령 취임을 시작으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9개월째를 접어들고 있다. 대통령 후보 시절 당시 박근혜 씨가 내세웠던 슬로건은 ‘국민행복 시대’였다. 그녀는 취임사에서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며 “경제 민주화를 일궈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상보육은 재정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노령연금 역시 사회적인 연대의 합의선을 만들지 못하면서 좌초하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는 확대되지 않았고 경제민주화 공약은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존재감 없는 정책으로 밀려났다. 우리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더욱 피폐해 질 것이라는 우울한 경제지표만이 나돌고 있다.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행복에는 관심조차 없음이 드러났고, KTX에 대한 민영화 시도는 가스, 발전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해서도 자본의 이익을 우선으로 선택하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 시대를 열 만한 능력이 안 되며 그럴 마음도 없는 것 같다.
이럴 때 박근혜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치’는 예고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연대와 저항을 미리미리 차단하기 위해 손과 발, 입을 묶고 우리가 저항하기 위해 모이고 그렇게 해서 만든 자리/조직들을 피괴 하면서 사람답게 살고자하는 요구들을 깨는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권시절 언론을 손에 넣었고, 국민 여론쯤이야 댓글놀이로 조작할 수 있다. 집권을 위해 새누리당은 로고와 색깔까지 붉은 색으로 바꾸고 국민들의 요구에 밀려 무상보육, 경제민주화 등의 공약을 내세웠지만 이제 칼자루를 쥔 상황에서는 대놓고 입을 딱 씻고 있다. 그리하여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청에서 촛불을 들자, 통합진보당과 종북 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아우라에 혐오의 힘을 빌려 저항세력의 연대를 산산조각내기 시작했다.
근본적으로 정당과 단체를 강제로 해산하는 것 그 이면에는 민주주의를 확장시키기 위해 필요했던 사람다운 삶의 요구들의 해체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직시하자. 1987년 이후 한국사회가 민주주의를 요구하면서 만들어낸 사람들의 힘과 요구를 파괴하는 것, 이것이 박근혜 정부가 궁극으로 노리는 것이다. 이것은 자유와 평등, 연대를 가치로 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다.
‘박근혜의 정치’는 적어도 지금으로선 힘을 발휘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최고의 공격은 방어이고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듯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서로의 힘을 나누고 북돋는 연대를 복원해야 하지 않을까? 다시금 인간의 존엄함 그 자체로 가슴 떨리고 뜨거웠던 순간들을 기억해보자.
덧붙임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