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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공룡트림] 연대의 의미를 깨우쳐주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옛 이야기

함께 만드는 희망 『높이 뛰어라 생쥐』

“왜 다른 사람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나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린 어떻게 힘을 모아야 하지?”

이런 물음에 대답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복잡하고 어려운 공식을 가진 수학문제라도 되는 것처럼 길게 설명해야할 할 것처럼 보인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왜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힘을 모으고 연대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단순히 “내가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도 나를 도와 줄 수 있어.”라는 말로는 충분한 답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물음에 깊이 있는 대답을 하고 있는 그림책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높이 뛰어라 생쥐』(존 스텝토 글 그림, 다산기획)다.
옛날 어린 생쥐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생쥐는 늙은 생쥐들이 항상 이야기 해주던 “머나먼 땅”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 멋진 곳을 가기 위해서는 매우 위험한 곳을 지나야 한다. 그래도 어린 생쥐는 쉽게 포기 하지 않고 힘차게 출발을 한다. 그리고 얼마 못가 어린 생쥐의 힘으로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강 앞에 다다르고 만다.


이제 어린 생쥐는 더 이상 여행을 할 수 없을까? 그때, 나타난 개구리가 어린 생쥐에게 도움을 준다. 개구리는 어린 생쥐에게 “폴짝 뛰는 생쥐”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 덕분에 어린 생쥐는 힘이 세진 다리로 뛰어올라 강을 건널 수 있게 된다.

이후부터 “폴짝 뛰는 생쥐”의 삶은 예전의 삶과 다르다. 생쥐는 눈이 멀어버린 들소와 후각을 잃어버린 늑대를 만나 선뜻 자신의 두 눈과 후각을 내어주게 된다. “머나먼 땅”을 가기 위해 이런 것들이 꼭 필요한 것들임에 분명하다. 도대체 어떻게 “머나먼 땅”을 가려는 것일까? 그러나 “폴짝 뛰는 생쥐”는 두려움 없이 머나먼 땅을 향해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과연 “폴짝 뛰는 생쥐”는 머나먼 땅까지 갈 수 있을까?


이 이야기의 나오는 어린 생쥐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동물이 아니다. 들소나 늑대보다도 하찮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생쥐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주저 없이 나누어 준다. 이렇게 어린 생쥐가 이렇게 자신의 것들을 내어 주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 일까? 바로 개구리에게 “폴짝 뛰는 생쥐”라는 이름을 받고 나서 부터다.

개구리가 생쥐에게 했던 이름 붙여주기는 다시 생쥐에게 이어진다. 생쥐는 눈이 먼 들소에게 자신의 눈을 주면서 “생쥐의 눈”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후각을 잃어버린 늑대에게 자신의 코를 주고 “생쥐의 코”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식이다. 그 속에서 결국 어린 생쥐도, 들소도, 늑대도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된다.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서로를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는 순간이 바로 연대의 순간이 아닐까?

자신을 더 이상 거대한 힘들 속에 휘말려 살아갈 수밖에 하찮은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한 사람의 숨 쉬며 이 땅에 사는 특별한 존재라고 깨닫는 순간, 그리고 내 주변의 살아가는 사람들... 밀양의 할머니들이, 쌍용의 해고자들도 그저 아무 의미 없이 스쳐지나가는 대상이 아니라 모두 내 옆에 살 숨 쉬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연대는 시작 되듯이 말이다.

그래서 생쥐는 “머나 먼 땅”을 가는 길고 긴 여행 동안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가진 것을 즐거이 나눌 수 있었고 또 들소와 늑대의 도움을 받기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은 그냥 들소, 그냥 늑대가 아니라 서로의 몸을 나누어 주며 “생쥐의 눈”, “생쥐의 코”가 되어 하나로 이어졌다. 결국 그들에게는 나와 다른 이란 구분은 없었다. 그리고 그때야 비로소 어린 생쥐는 불가능해 보였던 “머나먼 땅”으로의 여행을 완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높이 뛰어라 생쥐』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옛이야기를 빌어 왜 희망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조용히 그리고 무거운 울림으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연필담채화로 소박하지만 아름답고 정성스럽게 스케치한 그림은 색색으로 장식된 화려한 다른 그침책의 그림보다. 더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발견하게 해 준다.

최근 “안녕하십니까?” 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한 대학생이 쓴 글이 화제다. 그와 함께 밀양, 쌍용, 철도 파업 등 여러 사회 문제들 앞에서 침묵할 수 박에 없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울림을 만들어가며 하나로 이어져 오고 있다.

나는 이 목소리가 힘없이 그저 세상이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한다고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생쥐들이 “폴짝- 뛰는 생쥐”가 되기로 결심하고 하늘로 뒤어 올랐던 그 첫 시작과 같다고 믿고 싶다. 그래서 이 목소리들이 작은 희망을 만들는 끈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길 기대해 본다.

하늘과 땅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냄새를 생생히 느끼며 “머나먼 땅”의 희망을 찾아 있는 뛰어오른 생쥐의 작지만 힘찬 뜀박질처럼 말이다.



덧붙임

이기규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