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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의 인권이야기] 배제와 차별을 일삼는 서울시,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저는 16살 때 자살 시도를 했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이상하고, 달라서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순간 저는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이상하거나 남들과 다르다고 느끼거나 그 어디에도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어린이들에게 오늘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네. 당신은 그렇게 있어요. 이상하고, 다르더라도 그렇게 있어요. 그리고 다음 여러분 차례가 와서 이 자리에 서게 될 때, 그 때 다음 사람들을 위해 같은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각색상을 받은 ‘그레이엄 무어’의 수상 소감이다.

자기 스스로 남들과 다르고 이상하고, 고립감을 느낀다 할지라도 절대로 용기를 잃지 말고 자신을 믿고 나아가라는 말이다. 이 땅에 수많은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힘이 되고 용기를 주는 소감이었다. 그렇더라도 여기서 좀 더 우리가 힘을 내기 위해 이러한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어린 시선이나 차별들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또한 중요한 일이고, 소수자 인권운동을 통해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면 그 것을 위해 열심히 현실과 싸워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점에서 지난 2월 10일 경향신문 단독 보도였던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사단법인 불허 관련한 서울시,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의 태도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꼴이었다. 여기에 국가인권위원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에 이제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성소수자 인권 관련 비영리 법인 설립에 서울시는 “미풍양속 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신청해봐야 상임위에서 통과 안 된다.”, 법무부는 “보편적 인권을 다루는 곳이므로 한 쪽에 치우친 주제는 안 된다.” 로 답변했다.1) 비온뒤무지개재단이 2월 10일 공개한 허가신청관련 사실관계 자료에 의하면, 구두로 답변한 법무부 담당자는 법무부가 보수적인 곳이기 때문에 윗선의 검토가 중요하다고 밝혔고, 서울시는 해당 업무 관련 담당 부서를 할 곳을 찾지 못해 담당 부서를 서로 떠넘기는 등 비영리 법인 설립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물며 성적지향에 대해 차별을 막는데 앞장서야할 국가인권위원회 마저도 법인 설립을 신청해도 되지 않아 1년 동안 유보될 가능성이 높으니 아주 간곡하게 적극적으로 신청을 만류했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설립 목적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활동해온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개인활 동가들에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기금을 지원하고 더불어 활동·지역·의료·장학·상담·기록 등 6가지 주요 키워드를 정하여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있다. 법인 설립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그만큼 성소수자 인권 문제2)의 심각성이 사회 곳곳에 드러나고 있기에 이제는 이를 공공기관과의 협조 및 지원들이 필요하고 더불어 이를 통해 공공기관이 함께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문제를 인식해야하는 필요성을 말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공공기관은 성소수자 인권향상이 미풍양속을 저해하고, 보편적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적인 시선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입장을 내고 말았다. 공공기관 마저도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이상한 것, 다른 것이라고 표현하고 고립시키려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은 향후 법적인 조치가 가능한지를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공공기관 스스로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현실에서 현재 기댈 곳은 사법부의 판단인가보다. 그 판단을 구해야하는 상황이 못내 안타깝지만, 그것이 시간이 걸릴 문제일지라도 보편적 인권을 향한 가치에 기계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법무부와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가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문제라고 믿고 있는 서울시청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차별을 금지해야할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에게 보란 듯이 당당하게 성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행한 공공기관임을 명시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새로운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공공기관에서 소수자를 어디에도 속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결국 배제이고 그것이 차별임을 공공연하게 알려할 숙제가 인권운동에 있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1) 위 순서는 비온뒤무지개재단의 비영리재단법인 신청의 시간적인 순서에 따른 것입니다.
2) 4,176명이 참여한 한국 성소수자(LGBTI)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2014년)에서, 전체 응답자의 28.4%가 자살을, 35.0%가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으며, 특히 연령이 낮은 18세 이하의 응답자 중 45.7%가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고 53.3%가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어, 거의 두 명 중 한 명꼴로 그 비율이 심각하게 높다. 또 성소수자라는 점 때문에 차별이나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 중에 자살시도와 자해시도의 비율은 각각 40.9%와 48.1%로, 차별이나 폭력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경우(각각 20.7%,26.9%)에 비해 상당히 높다고 보고를 하였다.
덧붙임

이종걸 님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