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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교육, 날다] 일상의 혼란, 가치의 격돌, 관점의 재구성

청소년 인권의 관점으로 구성한 <성교육 공유 워크숍>

인권교육센터 ‘들’의 ‘빈곤과 청소년’팀(이하 빈청팀)은 청소년의 삶의 조건을 반영한 성교육을 꿈꾸며 지난 2년 동안 성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다듬고, 실천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지역아동센터 교사들, 성교육 강사를 해온 분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초대하고자 했던 분들은 이런 고민을 지닌 분들이었다. 성교육을 직접 하지 않아도 센터 청소년에게 성교육이 청소년의 관계맺기에 영향을 미치길 원하는 분들,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급진적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주장’에 그치지 않고 섬세한 ‘결’을 건드리고 싶은 분들, 현재 성교육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청소년의 생활세계에 밀착해서 성교육을 할지 고민하시는 분들... 그리하여 마음속에서 이런 목소리들이 일렁이는 분들.

‘성교육 완전 중요하지. 근데, 실제 생활에 영향을 못 미치는 것 같아 공허해.’
‘성/연애/섹스는 삶의 일부분인데, 성적 권리만 따로 똑 떼어내서 교육하는 게 가능해?’
‘나름 꼰대스럽지 않게 교육을 준비했는데, 청소년들과의 소통은 한없이 어려워.’
‘성적 다양성은 존중하되, 동성애는 언급하지 말라고? 이건 또 무슨 헛소리야.’

<다섯 개의 키워드>로 구성된 성교육, 그 맥락과 흐름 엿보기

빈청팀은 청소년 인권의 관점으로 구성한 <성교육 공유 워크숍>을 열기까지 2년이 넘는 동안 기존의 성교육들을 두루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좀 더 실험적이고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고민하여 만든 성교육 프로그램을 발견하기도 했다. 함께 주제별로 실제 우리가 대상인 것처럼 토론도 해보고 그 과정에서 더 보완되어야 할 점이 무엇일까 고민에 고민을 나누며 프로그램을 만들고 다듬어왔다. 그리고 워크숍을 열기 전에 지역아동센터에서 청소년과 만나 실제 이 프로그램을 실천해보았다. 그 과정에서 수정이 필요한 점도 있지만, 전체적 맥락구성은 그대로 유지해도 되겠다고 평가했다.

이 글에서는 프로그램 자체를 소개하기보다는 우리의 문제의식과 그것을 바탕에 두고 구성한 성교육의 맥락과 흐름을 나누고자 한다. 우선 <다섯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흐름을 잡아 성교육을 구성한 이유들을 소개한다.

<1> 호기심과 변태
첫 번째로 호기심과 변태라는 키워드를 도입부에서 다루게 된 이유는 전형적인, 지루한, 교훈적인 성교육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성, 특히 청소년의 성이라는 주제는 매우 강력하게 사회적인 압력과 기준, 터부, 은폐성 등이 작용하는 영역이다. 그렇다 보니 소통의 물꼬를 터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렵다. 이러한 분위기를 단번에 깨기 어렵다고 해도 성교육 과정의 문제의식을 전달하고,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게 변태적인 것이 아님을 인지하는 것, 그래서 호기심은 소통의 단초를 여는 기본으로서 프로그램의 가장 첫 번째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변태라는 키워드는 성교육이 정상성과 규범성을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면, 각자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고의 확장, 열린 태도,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는 능력을 갖기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호기심이 변태로 불리는 순간을 넘는 것과, 차별과 폭력이 변태라고 명해지는 것은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호기심과 변태가 같은 주제마당에 나란히 붙은 이유는 각자가 갖고 있는 생각의 다양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타인에 대한 차별이나 폭력이 작용할 수도 있음을 고민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2> 고백과 거절
두 번째로 고백과 거절이라는 키워드를 다룸으로써 ‘취약한’ 조건에 놓인 사람이 자신의 요구나 욕구를 잘 표현하고 거절하는 능력 키우기를 고민하고자 했다. 연애관계뿐만 아니라 친구들, 부모, 교사 등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잘 부탁하고 거절할 수 있을까. 부탁한다고 해서 관계에서 취약해지지 않고, 거절한다고 해서 관계를 파탄 내지 않을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취약한 조건에 놓인 사람이 잘 거절하기를 통해서 장기적으로 보다 더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도 있고, 또 다른 관계에서 대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하는 경험을 쌓아나가는 방법을 연습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진행하였다. 이러한 경험의 부재가 연애에서도 착취와 억압의 이중주를 낳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3> 연애와 시간
세 번째로 연애와 시간은 본격적으로 연애 과정을 들여다보는 키워드이다. 나는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가? 내 일상이 연애로 점유되지는 않는가? 연애의 시간이 쌓인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연애의 시간이 숫자(100일, 1년)로 환원되지 않고, 그 숫자가 이벤트로 확인되지 않는 방법은 가능할까? 나는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채워나가는 것이 어려운가? 대화를 통해서 무엇을 나누는 것이 어려운가? 연애가 시간 단위로 소비되고, 연애 없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일상에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는 게 필요해서 준비된 시간이었다.

<4> 스킨십과 섹스
스킨십과 섹스는 보다 구체적으로 몸과 성에 대한 이야기로 진입하는 키워드이다. 자신의 몸이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관계에서 혹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몸이 성적으로 위축되지 않는지, 혹은 위축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이 주제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한국 사회가 성기 중심적인 성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되지만, 여성들은 자신의 몸과 성기, 스스로 느끼는 성적인 느낌에 대해 혐오감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남성 또한 규범적인 남성성이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대부분 수치심을 가진다. 스킨십과 섹스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각자 몸에 대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섹스라는 관계맺기에서 타인의 욕구와 감정을 알아차리고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타인을 아는 것, 타인과 접촉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책임을 발동시킨다는 윤리의 출발점에 대해서 더불어 공유하면 어떨까.

<5> 이별과 생활
마지막으로 이별과 생활이라는 키워드는 잘 이별하는 방법과 그 이후의 시간을 생활로 가져가는 것에 대한 것이다. 이별의 과정을 잘 거친다는 것은 연애와 관련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빈곤청소년들은 잦은 이사나 부모의 이혼, 지역아동센터 교사의 잦은 교체 등으로 인해 친밀한 관계에서의 이별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이때 이별을 자신이 준비하거나 이끌어갈 수 없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을 경우, 그런 경험은 연애에 어떤 영향을 줄까, 또 이러한 영향은 연애를 시작하거나 진행하는 과정에서 또 어떤 영향을 줄까 하는 질문이 생긴다. 또한 이별 이후에 연애관계를 통해 생긴 ‘관계의 자원’들이 한꺼번에 떨어져나가면서 고립감이 생기거나 소외되거나 나쁜 소문에 시달리기도 한다. “너네 때문에 이혼 못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부모,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이혼하지 못하는 엄마를 보면서 고민이 깊어지기도 한다. 스스로의 통제권 바깥 이별 상황은 어려워도 먼저 자신이 하는 연애관계에서의 이별은 각자의 개입과 노력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별까지를 연애과정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혼자 된 시간을 잘 보내며 연애를 정리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도움될만한 게 무엇일지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마련된 시간이 이별과 생활이었다.

첫 번째 워크숍, 청소년 대상 성교육을 둘러싼 고민 나누기

첫 번째 워크숍은 ‘청소년, 인권, 성교육’이란 키워드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진행자가 먼저 이번 성교육 워크숍을 하게 된 자신의 고민 궤적을 통해 참여자들의 문제의식을 일으키는 도입의 시간을 가진 후, 참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시했다.

(1) 청소년들과 성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거나, 성과 관련한 상담을 할 때 가장 답하기 어려웠던 질문은?
(2) 청소년들과 성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거나, 성과 관련한 상담을 할 때 이 질문은 꼭 던지거나, 이 이야기는 꼭 건넨다!

두 가지 질문은 참여자들이 그동안 청소년들을 만나 성교육을 진행할 때의 목표를 서로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그간의 교육 경험을 돌이켜보며, 성과 인권을 접목할 때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해보기 위한 것이었다. 질문에 대해 나온 이야기들을 카테고리화하여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여기에 간략히 소개해본다.

질문 하나. “청소년들과 성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거나, 성과 관련한 상담을 할 때 가장 답하기 어려웠던 질문은?”

우선 가장 어려운 것은 ‘질문없음’으로 나왔다. 사실 이것은 10대와 교육을 할 때 비단 성교육이 아니어도 같은 어려움으로 이야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성교육에서 ‘질문없음’은 관심없음, 귀찮음에 기인한다기보다 친구들 눈치보기, 학교라는 조건에서 성에 관한 질문을 한다는 것의 불편함 등의 이유로 인해 꼭꼭 숨기는 경우이다. 그래서 성에 관한 질문이 안 나오니 ‘무슨 고민이 있는지 모르는 게’ 고민이라는 거다.

이제까지 받았던 질문 중에 난감했던 것들은 ‘20대 여성이 40대 이상 남성과 연애하는 것은 되고, 대학생 남자와 초등학생 여자가 사귀는 건 뭐가 문제냐’는 질문, ‘왜 세 사람이 섹스하면 안되냐’는 질문, 성매매 원조교제에 대한 질문으로 이를테면 ‘돈은 선물인데 뭐가 문제냐, 어차피 모든 걸 파는데 데이트하고 돈 받으면 왜 안되냐’, 낙태와 관련한 상담이나 친족 성폭력에 대한 질문들이 이야기 되었다. 이런 난감한 질문들이 올 때 어떻게 반응했던가. 자신들이 난감했던 경험으로 적어놓고 보니, 사실 질문이 난감했다기보다 답해야 할 자신들이 도덕적 고정관념을 정답으로 갖고 사고해서 난감하게 다가왔던 건 아니었는지 하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나는 적어도 청소년 성에 대해서 깨인 사고를 가졌다’고 나름 생각했던 것들이 이런 질문들 앞에서 난감해하는 자신들과 마주하면서 흔들리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난감한 질문보다 ‘질문없음’이 더 난감하다는 것을 통해 성교육은 성에 대한 지식을 나누거나 고민에 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궁금한데 물어보기 힘들거나 이런 거 물어봐서 이상한 애 되는건가 하는 고민들을 접고, ‘멋지고 쉬크한 아는 언니’에게 일상에서 툭 질문을 던지듯 거리낌 없이 이야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우리가 문제의식으로 안고 프로그램을 준비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더불어 난감한 질문들로 꼽힌, 즉 청소년이 수위 높은(?) 성에 대한 궁금증을 말할 때 죄악시하는 비청소년(성인)들과 사회통념이 이들의 입을 막지 않도록 성교육에 임하는 우리부터 어떤 관점과 자세를 준비하고 있어야 할까라는 고민을 남겨주었다.

질문 둘. “청소년들과 성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거나, 성과 관련한 상담을 할 때 이 질문은 꼭 던지거나, 이 이야기는 꼭 건넨다!”

이 질문에는 피임, 성역할 고정관념, 소수자/젠더 등 차별에 대한 이야기들은 꼭 건네고 나온다고 답했다. 피임에 대해서는 ‘성관계를 맺게 될 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되 피임을 꼭해라’, ‘사랑하거나 좋아해도 원치 않는 섹스는 싫다고 말해라’, ‘질외사정은 안된다’, ‘관계에서 즐거움은 무엇이고 불편함은 무엇인지 불편함이 있다면 상대에게 말해야 한다’ 등은 꼭 말한다는 대답들이 나왔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해서는 이성애중심주의를 꼭 건드린다고 했다. 성폭력은 성별간 권력의 문제에서 기인하기에 이것이 여성들의 성적 실천을 자연스럽지 않은 것으로 만든다는 것, 그러기에 여성의 성적 실천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지지 말기 등을 반드시 건넨다고.

하지만 한편에선 여전히 ‘청소년의 스킨십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섹스가 가능할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허용과 규제의 프레임 안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허용/규제 프레임에서 토론을 시작하면 청소년의 성적 권리 자체를 옹호할 수가 없다. 성이 위험하다는 사고의 틀 안에서 얘기가 진행된다면 기존 성교육의 고민에서 넘어설 수 없다. 무엇이 허용되고 규제되어야 할 것인가가 아니라 질문을 바꿔서 ‘섹스는 언제 몇 살부터 가능할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데이트 공식이 있을까?’라고 청소년의 성과 관련해 허용과 규제에 대해서 청소년 스스로 토론하게 한다면 어떨까. 그럴 경우 연령으로 구분되는 것을 해체해볼 수 있고, 권리로서 연결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준비된 섹스와 준비되지 않는 섹스 중에 택하라면 누구나 준비된 섹스를 택한다. 프레임 자체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빈청팀이 성교육과 인권을 접목시키는 지점에서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였음을 확인하면서 오전 시간 프로그램이 갈무리되었다.

오후 시간은 <빈곤&청소년에 대한 다른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4가지 사례를 가지고 토론을 진행하였다. 참여자들의 청소년에 대한 시선을 짚어보기 위해 준비된 시간이었다. 청소년을 미성숙하고 판단능력 없는 존재로 보는 사회적 관점에서 나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청소년 인권의 관점에 서있다 해도 청소년의 성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의 관점은 일관되게 유지되는가. 빈곤가정의 청소년, 사회적으로 ‘빈곤’한 위치에 놓여있는 청소년, 이 모두를 지칭하여 ‘빈곤청소년’이라 했을 때 이들의 위치성과 청소년 성에 대한 통제와 보호주의는 어떻게 연관되어지는가. 이런 내용들을 넣은 것은 성교육이 ‘허용과 규제’의 프레임을 넘기 위해서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다시 재구성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워크숍, 실천했던 프로그램 나누기

두 번째 워크숍에서는 실천했던 교육을 실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 흐름 순서는 구성하며 꼽았던 <호기심과 변태>, <고백과 거절>, <연애와 시간>, <스킨십과 섹스>, <이별과 생활>이었다.

♣ 프로그램 살짝 맛보기 : <스킨십과 섹스>

<스킨십과 섹스>를 주제로 할 때 유별나게 성별에 따라 분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성교육이 현재 사회적으로 만연한 성차별적 문화에 대항하는 것을 지향하면서도, 이미 그런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온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솔직하고 편안하게 꺼낼 수 있는 시공간이 되기 위해서 잠정적인 분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첫 시간은 주로 성에 대한 지식적인 것과 자신의 구체적 욕망을 들여다보고 이야기해보는 시간. 간지럼테스트& 감각실험으로 간단히 몸풀기 시간을 갖고, 내 몸과 마주하는 질문으로 “성과 관련된 나의 신체부위는?”이라는 질문, “공개적으로 말하기에 가장 민망한 신체부위는?”라는 질문, “내게 고민을 안겨주는 나의 신체부위는?” 등의 질문을 나누며 일방적․폐쇄적인 방식의 강연이 아닌 상호적․개방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남성청소년들은 이 시간에 성관계 수치, 지속시간, 성기크기 등에 대한 질문들을 주로 하는데, 이는 실천을 통해서 만들어진 질문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러한 질문은 우리에게 남성 청소년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성을 어떻게 실생활로 끌어오도록 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존의 성교육을 재구성하려는 이유임을 다시 상기하게 해주었다.

둘째 시간은 ‘포르노, 섹스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소주제 파트로 넘어가서 전형적 포르노 장면들을 보며 판타지로서의 성과 현실의 성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이를 통해 포르노적 섹스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게 하는 것으로 진행해갔다. 그러나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포르노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나 욕망을 규제에 기반한 관점으로 전하기보다 자신들이 보고 느낀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는 과정으로 다루는 것이다. 이를 효과적이게 한 하나의 방법은 스스로 찾아보고 깨닫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미션과 미니강의를 배치했다. 미션은 예를 들어 [콘돔 사보기 / 내 몸 만져보기 / 내 몸 관찰하기(클리토리스) / (여성청소년의 경우) 엄마와 몸이나 스킨십에 관한 대화 나눠보기] 등을 주고, 내가 하는 미니 강의(10분)로 [청소년에게 다음의 단어를 교육한다면? - 섹스, 생리, 피임, 동성애, 등등] 주었다.
수행한 미션 스토리를 함께 나누고, 이어 참여자들이 실제로 준비한 미니 강의를 진행했다. 이러한 시간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일방적으로 넘어서도록 이끌기보다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는 과정이 되었던 것 같다. 더불어 미니 강의를 통해 이 교육에서 더 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교육에서는 덧붙임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었다.

성교육에 참여했던 청소년이 준비했던 동성애에 대한 미니강의. 강의 후에 교육자는 덧붙이는 질문들을 통해 놓쳤거나 고민해볼 지점들을 던져서 함께 나누었다.

▲ 성교육에 참여했던 청소년이 준비했던 동성애에 대한 미니강의. 강의 후에 교육자는 덧붙이는 질문들을 통해 놓쳤거나 고민해볼 지점들을 던져서 함께 나누었다.


이 글에서는 분량 제한도 있거니와 ‘성교육 공유 워크숍’의 의미를 공유하면서 틀에 박힌 성교육을 넘어 청소년 인권의 관점에서 성을 교육하고자 하는 분들과 우리들의 고민을 나누기 위함에 목적을 두기에 개별 프로그램을 상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만일 좀 더 자세히 교육안을 접하고 싶으신 분은 빈청팀이 지역아동센터 두 곳에서 진행했던 사례를 담아 엮은 글(어리다고 성과 사랑을 모르나!-청소년, 성과 사랑 그리고 관계맺기에 대해 묻고/말하다(보러가기)을 참고하시길~!
덧붙임

정주연 님은 루트라고도 불리며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