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은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또, 똥은 단지 더럽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주변의 시선에 슬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민들레를 만난다. 민들레는 강아지똥에게 꽃피우는 일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강아지똥은 그제서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기뻤다. 봄비에 자신을 고스란히 녹여 민들레를 힘껏 껴안았다. 그리고 별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워냈다.
내가 전해주고픈 말을 마음에 품고 아이에게 물었다. 이야기를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고.
“강아지똥이 민들레를 만나서 참 다행이에요.”
나는 잠시 머리가 하얘졌다. 내가 원했던, 내가 생각했던 답이 아니었다. 아이는 당황해하는 내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강아지똥은 자신을 더럽다고 놀리는 참새가 정말 미웠을 테고, 다시 밭으로 돌아가게 된 흙덩이를 보고는 더욱 외로웠을 거라고. 나중에라도 민들레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아이는 강아지똥이 품었을 외로움에 마음이 쓰였던 것이다. 그리고 살아감에 있어 내 모습을 오롯이 바라보고, 나의 존재를 존중하는 친구를 만났을 때의 든든함을 느꼈던 것이다. 아이는 이야기에서 나보다 더 큰 생각과 의미를 찾아냈다.
어린이책을 읽다 보면 책의 중심에 어린이보다 어른이 서 있는 순간이 많다. 본디 어린이책이 어른이 쓴 이야기이기도 하거니와 대개는 아이들에게 교훈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어른들은 으레 이야기에 담긴 의미와 생각거리를 제시해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품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을 위한 글이 어른들이 바라는, 어른들의 글이 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그 이야기에 대해 대화를 나눠 보면, 처음에는 ‘재밌다’, ‘재미없다’ 단순하게 얘기하지만 그 대화들을 곱씹다 보면 깜짝 놀랄만한 깨달음과 섬세한 자신의 감정을 슬며시 드러낸다. 내가 앞서 강아지똥을 함께 나눈 경험처럼 말이다. 공룡트림은 아이들과 함께 이러한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모인 모임이다. 아이들과 공감하기 위해 기다림과 상상하기를 연습하는 장이다.
“세상에서 돌자갈처럼 흔하디흔한 게 ‘책’이다. 그 돌자갈 속에서 보석을 찾아야 한다. 그 보석을 만나야 자신을 보다 깊게 만들 수 있다.” - 법정스님
공룡트림은 한 달에 두어 번 씩 카페에 모여 돌자갈처럼 흔한 어린이책 중에서 반짝이는 보석들을 찾고 있다.
‘어린이책이란 무엇인가’,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읽었을까’, ‘어린이책들은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을,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들을 어떻게 담고 있을까’, ‘이 시대 어른들은 아이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어린이책을 통해 아이의 삶을 바라보고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상상한다.
그동안 함께 품었던 고민과 생각들이 담긴 글을 엮어 책으로 냈다. 이 책에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동지로서의 반성과 성찰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로서의 노력이 담겨있다.
어린이책에 관심이 있는 어른들에게는 이 책이 좀 더 다양한 관점으로 어린이책을 만나는데 도움이 되고, 아이들과 이야기로 소통하는데 있어 좀 더 새로운 생각거리를 던져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덧붙임
김인호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