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사업에 대한 정부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지난 23일에 끝났다. 이미 20%대로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이번에 내세운 업무보고는 단순히 올해의 방향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의 방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어느 주간지의 기사 제목처럼 이미 ‘5년은 된 듯한’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남은 임기의 방향도 우리를 더욱 암담하게 한다.
저들이 만들려는 세상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발표 순서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 혁신’을 최우선의 과제로 내세웠다. 기획재정부나 고용노동부를 통해 그들이 추진하는 경제 혁신의 핵심은 ‘노동 시장 구조 조정’이다. 작년 말의 비정규직 대책과 좋은 일자리 나누기 정책 등에서 보이듯 비정규직 기간 확대, 임금피크제 도입 등이 그 방향이다. 결국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기보다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여 열악한 노동 조건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과는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등을 통해 대기업 등에게 집중될 것이 명확하게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법질서가 확립되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하였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국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법무부는 이적 단체를 해산할 수 있도록 국가보안법을 개정하고, 안보수사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공표하였다. 행정자치부는 사회적 갈등에 대한 상시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SNS와 언론에 대한 사전 파악과 선제적 대응을 명시하였다. 결국 저들이 만들고자 하는 국가는 여론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상시화된 사회인 것이다. 작년 통진당 사태에서 드러나듯이 검찰로 대표되는 법무부, 국정원의 힘을 키워 비판 세력을 옥죄는 고삐를 더욱 바짝 당기려 하고 있다.
우리가 숨죽일 수 없는 이유
작년 우리는 10%대의 지지율을 받던 정당도 정부의 공격에 해산되는 참담한 상황을 경험하였다. 나아가 올해 법무부가 ‘이적 단체 해산’ 등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자기 검열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연말정산 시기에 진보정당에 대한 기부금 영수증을 제출하는데도 왠지 눈치가 보이고, 세월호에 대한 '일베'와 서북청년단의 혐오 범죄에서 보이듯 비판을 공공의 장소에서 말하는 것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작년의 카카오톡 사찰과 트위터에 근거한 국가보안법 기소를 겪으며 카카오톡이나 트위터에도 개인 의견을 올릴 때도 무언가 주저하게 되는 자기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저들이 내세우는 ‘자유민주주의 강화’, 시장 경제 질서 가속화가 결국 우리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 비정규직 고용기간, 해고 요건의 완화 등으로 고용불안은 더욱 심해지는 반면, 사업주 임의로 노동시간을 축소할 수 있고,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는 등의 과정에서 임금은 더욱 위협받게 되는 현실이다. 자유민주주의가 많이 이야기될 수록 정작 집회․시위의 자유를 비롯한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현실을 이미 겪고 있다. 법무부는 이적 단체를 말하지만 결국 그것은 우리 모두에 대한 위협임을 SNS에 대한 선제적 대응, 통신사 개인 정보 감청 영장 강화 등은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숨죽인다면 1%를 위해 더욱 강화된 시장 경제 질서, 그리고 그로 인해 피폐해진 우리의 삶을 참아내야 하는 현실과 맞닥뜨리게 될 수밖에 없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이들의 연이은 죽음과 고공농성, 점차 커지는 수구 세력의 목소리 속에 질식할 것 같던 지난 한해를 다시 겪을 수는 없다. 좀 더 적극적인 대답이 필요한 시기이다. 저들이 만들려는 세상은 결코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그들이 답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임을.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비롯해 올해는 박근혜 정부의 지난 임기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리의 직접 행동의 시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