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김미선님과의 통화는 늦은 밤에 진행되었습니다. 당장 내일 어린이집에 가는 막내 아이의 준비물인 한복을 찾느라고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셨습니다. 저와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아이 한복을 찾기 위해 여념이 없는 모습에서 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도 조카를 돌보면서 겪는 어려움이니까요. 다중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충분히 그려지니까요. 그래서 짧고 굵게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김미선 님은 인권운동사랑방이 최근에 진행한 후원인 모집 사업을 통해 새로이 후원을 시작하였습니다.
◇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대전에 살고 있고 세 아이를 키우는 42세 여성입니다.
◇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나이가 들면서 제 꿈이 후원단체를 늘리는 것입니다. 현재 종교언론, 대안학교, 협동조합 등을 후원하고 있는데 이번에 인권운동사랑방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 후원단체를 늘리는 게 꿈이라니, 놀라워요. 갑자기 제가 작아지는 느낌이 드네요ㅎㅎ
세상에 혼자 살 수는 없잖아요. 제가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기에 수입이 생기거나 여윳돈이 있으면 후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살면서 인권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여성, 엄마, 며느리로서 역할을 해야 하기에 인권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순간이 많지요. 우선 결혼 제도 안에서 아내이자 며느리로서 억압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억압자가 되기도 해요. 육아나 가사 부문에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순간에 제가 그 희생을 감당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남편이 돈을 벌고 있는데 제가 살림을 하면서 떳떳하거나 당당하지 못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웃음).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제 감정을 우선으로 다룰 때도 있어요. 아이들을 기다려줘야 할 때도 있는데 그냥 제가 막 먼저 진행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미리 잘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 서로에게 불편이 감지될 때, 어떻게 하세요??
순간순간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아, 내가 억압하고 있구나’ 혹은 ‘내가 억울함을 느끼고 있구나’를 봅니다. 그리고 불편을 내려놓고 고백하는 자리(예를 들어 술자리 등등)를 만들어 봅니다. 혼자 안고 가기에는 너무 무거우니까요. 아이들에게 “엄마가 미안했다” 라고 말하고 한번 쉬어가는 시간……. 그래도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인권을 돌볼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요. 비단 가족 안에서 뿐만이 아니라 친구, 동료, 공동체 관계 안에서도 서로를 성찰하고 돌볼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합니다. 사회적으로 불편을 내려놓고 고백하는 자리를 제3자가 마련해야 한다면, 인권운동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억울하고 억압받는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자리!
◇ 이야기를 들어보니 관계에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연결감’ 이라는 것에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가 봐요.ㅎㅎ 제 고민은 제 고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누군가의 고민과 연결되어 있잖아요. 누구나 혼자 살 수 없고 우리는 항상 누군가의 기대와 도움과 기도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고.
◇ 마지막으로 응원 메시지 부탁해요.
아직 후원한 지 한 달밖에 안 되었습니다. 소식지를 꼼꼼히 읽지는 못하지만(웃음) 제 고민과 인권운동사랑방의 고민이 연결되는 지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많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조금 여유가 생기면 금액도 늘릴 거예요. 후원을 통해 마음이 풍성해지는 게 저의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