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넘쳐나는 ‘인권’이라는 말 속에서 우리는 무엇에 주목하고 어떤 이야기를 이어가야 할까요. 함께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매주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인권으로 읽는 세상]을 씁니다. 기사 제휴를 통해 프레시안과 비마이너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위임과 동원을 넘어, 정치적 권리 확장으로 (1. 10.)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 개정에는 별 관심 없었던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를 위해 개정에 합의했고, 이마저도 30석에 한해서만 연동률을 50% 적용하는 누더기법안으로 만들었습니다. 시민에 의한 감시와 통제가 부재한 공수처는 또 다른 거대 권력기관을 정권 아래 두는 것일 뿐입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서로 살벌하게 싸우는 세력이지만, 시민의 정치적 권리를 제한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공통점이 더 많습니다.
가난한 사람의 죽음이 사회에 남긴 것 (1. 17.)
생활고를 비관해 일가족이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런 소식이 들릴 때마다 복지의 사각지대 문제로만 이야기됩니다. 가난한 사람이 동등한 정치적 주체가 아닌 시혜의 대상이 되고 복지가 그것을 제도화할 때 ‘복지 수급자’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은 계속해서 ‘사각지대’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문중원 기수를 떠나보낸 자리에 남은 노동자라는 이름 (1. 24.)
작년 11월 문중원 경마기수가 마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며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마사회를 정점으로 마주-조교사-기수와 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가 있습니다. 기수 면허발급, 마방 대부, 상금 책정과 배분의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마사회가 ‘선진 경마’라는 이름으로 경쟁의 결과를 기수와 마필관리사에게 강요한 것입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들이 경마기수노조를 설립해 경마산업 노동자로서 마사회에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2. 6.)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염력이 강하고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과 공포도 함께 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도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 상황을 함께 겪고 있는 공동체에 속한 동료 시민의 관계로 본다면 모든 게 달라집니다. 감염된 사람과 치료와 방역에 힘쓰는 노동자는 물론, 감염되지 않은 시민들까지 모두가 이 상황을 함께 겪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가 정말로 위협하는 것은 (2. 14.)
트랜스젠더 ‘군인’과 ‘여대 합격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들의 여군 전환, 여대 입학을 반대한다는 여론이 큽니다. 트랜스젠더를 ‘가짜’ 여성으로 규정하며 ‘진짜’ 여성들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맞서는 게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과 배제일 순 없습니다. 오히려 트랜스젠더야말로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화된 ‘정상성’의 체계와 고유한 성별 억압을 강화하는 젠더 체계에 질문을 던지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권이 기후정치를 가능케 한다 (2. 26.)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호주에서 산불이 수개월 간 지속되고 이상기후가 일상인 기후위기의 시대입니다. 유럽연합은 ‘그린딜’을 발표했고, 정의당과 녹색당도 총선 정책으로 ‘그린뉴딜’을 발표했습니다. ‘그린뉴딜’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더 이상 시장이 아닌 정부의 전면적인 개입과 계획에 따른 포괄적인 경제사회시스템의 대전환을 요구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전환’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이냐 입니다. ‘정의로운 전환’이 탈탄소 전환 과정의 고용과 사회안전망 지원을 넘어 이 ‘거대한 전환’을 이룰 정치적 권리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지 묻고 조직하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