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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말투의 가시

말투의 가시_김목인

 

당신의 말투에 가시가 붙었어요

사람들을 마구 찌르고 다니네요

당신은 본래 좋은 사람인데 보고 있자니

안타까울 수밖에요

 

그 가시를 어떻게 떼 줘야 할까요

막상 떼려니 정말 어려운 일이군요

가시가 붙은 걸 알려줘 버리면

당신은 입을 영영 다물어 버릴 테니까

 

이쪽에서 보면 그냥 옷에 붙은

먼지 같은 것 뿐인데

막상 떼 주려니 정말 어렵군요

보고 있자니 안타까울 수밖에

당신이 잠들었을 때 떼 줘야 할까요

저길 봐, 하고 잽싸게 떼 줘야 할까요

아, 정말 어려운 일이군요

보고 있자니 안타까울 수밖에요

김목인이라는 뮤지션이 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뮤지션은 아닌데,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뮤지션입니다. 김목인의 노랫말을 듣다 보면, 일상에서 있는 나의 이야기를 노래로 듣는 기분입니다. ‘말투의 가시’ ‘불편한 식탁’ ‘대답없는 사회’ ‘새로운 언어’

 

그이의 노래 ‘말투의 가시’를 처음 들었을 때는 노랫말이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노래 속에 등장하는 사람이 꼭 내가 아는 사람 같았습니다. 입안에 돋운 가시를 때주고 싶은 사람, 당신이 나쁜 사람은 아닌데 그 가시가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 그 노랫말에 등장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길 바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에게도 가시가 돋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내 이야기가 먼저 이길 바랬습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나에게 오지 않았고, 내 이야기 또한 당연히 그이에게 가질 않았습니다. 기분이 상하기도 해 말을 하지 않으며 내 가시를 숨기었습니다.

 

입속에는 가시가 돋아있었습니다. 말을 하면 그 가시가 보일까봐 숨겼습니다. 숨긴다고 사라질 가시가 아닌데, 그렇게 지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꾸 가시가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찔렀습니다. 냉소 가득한 말 한마디, 붉으락푸르락 거리는 표정, 떨리고 커지는 목소리. 회의를 하거나, 술자리에서 드러난 내 가시 때문에 잠자리에 누워 이불킥을 날리었습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사람이니까 화가 날 때도 있고, 상대방이 날 존중하지 않아서 그랬다고 생각도 했습니다. 나만 그러는 건 아니니까, 다른 사람도 그럴 때가 있으니까, 나보다 훨씬 심한 사람도 있잖아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생각도 들었습니다. 별로 화날 일도 아닌 거 같은데,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한데 왜 화가 나지? 화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가시 돋운 말이 나가는 건뭘까? 사람간의 관계가 가장 어렵다는데, 관계들에서 뭔가 어그러진 걸까? 자주 생각하다 보니 말을 않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워낙 수다스러워서 그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또 말을 하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또 가시 돋운 말을 뱉는 상황은 생겼습니다.

 

무슨 이유였을까요? 참 많은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아마 다들 다양한 상황, 다양한 이유로 그럴 거 같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이유로 그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마도 스스로에게 실망을 하며, 그 실망의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돌린 것 같습니다. 물론 사회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관계 속에 있고 그 관계들이 언제나 제가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스스로 조금 더 괜찮았다면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나갔을 것 같습니다.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느낍니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잘 하지 못했던 것도 많습니다. 때로는 너무 하기 싫은 상황도 생깁니다. 꼭 내가 이걸 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는 상황, 나는 이것보다 다른 걸 하고 싶은데 먼저 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하기 싫은 일도 있습니다. 누구나 그런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학생이어서, 직장인이어서, 생계를 꾸리기 위해서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럴 때 다들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그런 일들이 있을 때 잘 헤쳐 나가지 못했습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이 등 떠밀었다고도 생각하고, 내가 안한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잘 할 수 있었는데, 다른 상황들이 잘 못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에겐 배부른 생각일거 같기도 합니다. 다들 하고 싶은 데로 살지 못하는데, 넌 왜 그런 걸로 힘들어 하는 거니? 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힘들어하는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그 힘든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천천히 그 방법을 생각해보려 합니다. 지난 몇 개월간의 방식은 다른 사람에게 가시 돋운 말을 뱉어내며 나를 봐줄래? 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힘들 텐데 나를 봐주길 바라다보니 관계들이 많이 훼손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 시간동안 제가 가시로 찌른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가시가 저를 찌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 개월간 잠깐 휴식의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쉬는 기간 동안 스스로 힘을 낼 수 있는 시간을 갖으려 합니다. 좋아하는 걸 해보기도 하고, 건강한 몸도 만들려 합니다. 다시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사람, 같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쉬는 기간 그렇게 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