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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지진

정록 

지진은 2009년에 한 번, 얼마 전에 한 번. 두 번 경험했다. 그땐 너무 짧아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도저히 의심할 수 없는 것들이 흔들리는 게 지진이겠지 싶다. 나도 그런 경험이 없진 않은 것 같다.

디요

인생의 지진이라고 할 만큼 지진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다. 한국에 사는 사람은 거의 다 그렇게 생각하겠지 싶다. 나와 지진과의 관계는 고작 도시 만들기 게임에서 등장하는 지진 정도? 그런데 이 게임이 도시도 내가 만들고 지진도 내가 일으키는 방식인데, 꼭 천재지변을 일으키고 복구 과정을 거쳐야 보너스 점수를 얻는다. 막상 현실에서 지진을 목격하니 오락이 오락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 분열적인 천재지변을 굳이 집어넣는 방식은 도대체 왜 만들었을까?

훈창

12살에 일본 고베에서 대지진이 났다. 고베대지진이 났을 때 지진의 현장을 뉴스로 보며 너무 무서웠다. 만화에서 보던 땅이 갈라지고 차들이 그 안으로 들어가 있는 모습은 머리 속에 아직도 남아 있다. 그래서 아직도 지진을 떠올리면 그 모습이 남아 있다.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또 지진이 나면 어떡하지?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지진이 난다면? 난 정말 무섭다.

바람소리

9월12일 경주에 지진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왔다. 8시반경 침대에서 지진 검색을 하는 순간 침대가 3번을 흔들흔들했다. 아니, 서울까지! 싶었다. 추석에 김천에 사는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겪은 경험, 다시 말해 신기한 경험같은 게 아니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책상 밑에 대피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도대체 정부는 국민의 불안을 아는가 묻게 됐다. 언제 또 큰 지진이 생기면 각자 알아서 대피하는 수밖에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니;...

승은

경주 지진이후 각종 매체에서는 이른바 ‘안전수칙’이라는 것을 쏟아내고 있다. 안전수칙 내용 중 하나, 건물이나 아파트에 있는 경우 지진이 나면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말고 계단을 이용하라고 한다. ‘그러면 엘리베이터를 사용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의문이 생겼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 휄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이렇게 하라고 안내하는 내용은 없다. 이들은 생존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씁쓸하고 화가 난다. 안전조차 평등하게 다가오지 않는 현실, 평등해야 안전하다는 말을 자꾸 혼자 한다.

초코파이 

지진을 경험한 기억은 거의 없다. 다만 고등학교 다닐 때 TV에서 지진 뉴스가 나오면 강제 야자하기 싫은 마음에 우리 지역에도 지진이 났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늘 하곤 했다.(그 당시에는 비만 와도 폭우가 쏫아져 학교가 정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으니 ㅠㅠ) 지진 피해를 입으신 분들을 생각하면 당시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게 죄송스럽다.

미류 

땅이 흔들리는 걸 직접 느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본능적으로 솟구치는 공포감은 느껴보기 전에는 짐작하지 못할 듯하다. 그러나 정부가 충분히 대비를 하고 매뉴얼이 제공되고 사회가 훈련된다면 공포감은 조금 덜어질 텐데, 왠지 다음 지진이 올 때 여전히 무방비일 것 같다는 것 역시 공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