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후원인 인터뷰

사고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일까요?

김미선 님을 만났어요

지난 주 부산에 큰 비가 왔습니다. 그날 밤 늦게까지 야근을 한 상태라서, 집에 11시가 넘어 도착해 자장 넘은 마감뉴스를 보고 재해소식을 들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지 1년, 2년이 넘은 것도 아닌데, 도저히 믿기지 않을 소식들이 뉴스를 타고 전해왔지요. 지하철이 멈추고 버스가 급류에 쏠리고..... 문득 후원인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부산에 거주하는 후원인의 안부를 묻고 싶었습니다. 


 

 

◇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8년 정도 중고등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다가 3년 전부터 초중등 독서논술수업 강사를 하고 있는 김미선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책을 읽어라’, 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책을 읽어라’는 말씀을 들으며 그것을 실천한 결과로 그럭저럭 살림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 어떤 계기로 후원을 하시게 되었나요?

‘인권운동사랑방’은 10년 전에 서준식 선생님의 “옥중서한”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 그 분에 대해 알아보던 중 알게 되었습니다. 서준식 선생님이 설립하신 인권단체라고 생각하니 그 활동에 믿음이 갔고, 또 그 단체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작은 보탬이지만, 인권운동사랑방을 알고 지지하는 사람이 여기 한 명 있음을 알리고 싶어서 후원하게 되었습니다.

 

◇ 인권운동사랑방이 서울에 있어서 아무래도 지역에 거주하는 후원인들의 경우 사랑방 활동들이 먼 이야기 일 것 같은데, 어떠세요?

제가 대학을 다닐 때 일반사회교육을 전공한 탓에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도 많고 시민운동단체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캠프 같은 곳도 여러 번 참여를 했습니다. 노동운동 단체, 환경운동연합, 나눔의집, 동두천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단체 등을 방문하고 그 분들과 만나면서 활동가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었고, 사범대 졸업 후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점점 더 그 길에서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워낙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어서 부산에서도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하는 활동들을 보내주시는 소식지 메일과 홈페이지를 통해 알 수 있어서 ‘먼 이야기’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활동하시는 분들을 직접 만나 뵙고 격려해 드리고 싶은데 그러기가 힘들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 인권운동사랑방 활동 중에 관심 있는 주제나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요?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노동과 소득 재분배에 관한 문제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경제도 관심이 많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노동사회학을 공부해서 비정규직 문제나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을 개발하고 제안하는 일을 해 보고 싶습니다.

 

◇ 이제 곧 추석이 다가오는데, 후원인들이나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추석에는 아무리 바빠도 가족이 모여서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각자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고 위로받는 자리를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집에서 말입니다. 우리가 밖에 나가서 소비를 하게 되면 결국엔 누군가는 판매를 위해 추석 때 가족의 곁을 지킬 수 없게 되니까요.

 

◇ 얼마 전에 부산에 큰 재해소식이 들려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뉴스를 보니 또 인재더군요.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들의 경우 안전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졌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안전매뉴얼을 원칙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요. 부산 주민들의 민심은 어떤가요?

폭우가 쏟아지는 날 저는 수업을 하기 위해 피해가 컸던 북구 화명동과 동래 일대를 지나갔습니다. 지하철이 폐쇄되고 도로가 물로 뒤덮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 사람들은 폭우를 보면서도 설마 별일이야 있겠냐는 마음이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이렇게 피해가 심할지 예상 못했습니다. 제가 수업을 하는 학생의 학교 3학년 여학생이 할머니와 함께 사망했습니다. 사망한 여학생은 소아마비를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던 아이였다고 합니다. 제가 수업하는 아이는 선배의 죽음을 소아마비 탓, 길을 잘 못 든 어머니의 탓으로 생각했습니다. 그 아이 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다’는 사고가 사람들 사이에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지 않고, 나 혼자만의 외침으로 끝나버리는 현재의 정치, 경제적 상황에서 다들 각자의 생존에 몰입하고 고립되면서 이런 재해와 사고마저도 자신의 탓, 몫으로 전환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 본인의 입장에서 안전한 공동체/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구를 5단계로 구분합니다. 그 중 안전의 욕구는 최하위인 생리적 욕구 바로 상위 단계입니다. 즉 우리가 안전하게 살고자 하는 것은 원초적인 욕구에 가깝습니다. 저는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먼저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사람과의 이웃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이 농업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형태와 지금과 같은 고립된 형태와 사이버상의 관계만으로는 서로의 안전을 지킬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의 틀을 벗어나서 바로 옆에 살고 있는 사람과 연대하고 그 연대의 확장을 통해 안전한 공동체를 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사회적 기반 시설에 대해 시민-관공서 합동 조사반을 꾸려서 정부의 행태를 우리 스스로 감시하고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분들께 마지막 한 말씀

김대중 정권 이후로 우후죽순 시민단체들이 생겨났고, 크게 성장한 시민단체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권운동,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을 모조리 ‘좌파’로 몰아가며 편 가르기를 하는 살벌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부디 기운 잃지 마시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끝까지 제 목소리를 내는 곳으로 인권운동사랑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옆자리에 함께 앉아 있어 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몸은 도와드리지 못하지만 활동가 분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