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2016년도 어김없이 그날이 모여 프로젝트 그날들이 다시 가동되었다. 벌써 4번째 프로젝트 그날들을 기획하지만, 사실 함께 기획하는 활동가들은 매 번 ‘올해까지만, 더 이상의 그날들은 없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어김없이 ‘그날’들은 우리에게 기억할 것을 요구한다.
프로젝트 그날들은 전년도 12월 1일부터 올해 11월 30일까지의 각자가 기억하는 인권의 그날을 모아 모두가 함께 기억하기 위한 기획을 진행해왔다. 지난 3년 동안은 소책자를 만들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의미 있던 일, 사건들을 짧은 글의 형태로 모아주면 프로젝트 그날들에서 목차를 만들고 내용을 편집해서 하나의 완성된 형태의 소책자를 완성시켜온 것이다. 그러다 올해부터는 기획을 바꿔보자는 제안과 함께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다. 그저 모아서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그날들을 기억하기 위해 ‘인권 10대 뉴스’를 선정하고 그날들을 소책자가 아니라 온라인 타임라인으로 만든 것이다. 이전 그날들과 마찬가지로 함께 기억하고 싶은 그날을 모으고 온라인 타임라인을 제작, 활동가 대상으로 10대 뉴스 후보 선정 사전 투표를 실행했다. 그 후보들을 모아서 모든 사람들이 투표 할 수 있도록 온라인 페이지를 제작하고, 후보를 포함한 모든 그날들이 담긴 타임라인을 페이지에 추가시켰다.
기획을 다르게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프로젝트 그날들에 함께하는 사람들 전부 자발적인 인권활동가이기에, 홈페이지 제작이나 온라인 활동의 전문가가 없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사업 자체가 매 기획마다 어려움에 봉착했다. 한 장짜리 온라인 페이지를 만들어서 설문조사라고 생각했지만 온라인에서 설문조사 기능을 담는 일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타임라인을 만들어도 핸드폰에서 깨져서 보였다. 결국 한 가지를 할 때마다 온라인 기술이 있는 활동가들을 수소문해서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온라인 기획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그날들의 목표와 함께 이야기되었어야 하지만 역량의 한계를 이유로 그렇게 하지 못한 우리 스스로를 탓하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프로젝트 그날들의 인권 10대 뉴스 투표 페이지는 오픈되었다. 조금 부족하고 엉성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 들어갔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그날들은 늘 그랬던 것 같다. 함께 기억하고 싶은 그날을 찾는 일부터 모으고 외화 시킬 때까지 만드는 내내 아무리 힘들어도 그 결과물을 보고 있노라면 뿌듯함으로 모든 흠이 사라진다. 지난 1년을 한 곳에 모아두고 우리의 활동이 어땠는지, 우리와 연결된 하지만 또 다른 영역에서의 활동은 어때왔는지를 살피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그 해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기분이랄까. 그래서인지 소책자로 한정하지 않은 올 해의 그날들은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온라인 타임라인으로 언제든 그날들을 함께 보고 또, 사람들이 함께 선정한 인권 10대 뉴스를 바라보는 일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험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억 할 수 있는 그날들은 앞선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나에게 사건은 그저 발생한 일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하는 이전과 이후를 다르게 만드는 기억이다. 여기에 그날들이 해마다 기획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날들이 최소한 나에게는 ‘너의 1년을 내가 다르게 기억시켜 줄게’라며 손짓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를 여러 사람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스쳐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 ‘사건’이 된다. 프로젝트 그날들을 기획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쏟아지는 일 중에 ‘그날’로서 함께 기록하고, 기억을 만들고, 고민의 방향을 찾는다. 그것도 고립된 방식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다양한 고민을 담을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결국 인권운동의 의미나 역사가 기억되는 것도 이런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건을 만들기 위한 활동만이 아니라 그 사건을 여럿이 함께 기억하고 나누는 각인의 과정이 역사가 되고 의미를 이어나가는 활동이 된다.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나의 인권활동이 누군가에게 사건이 되고 모두의 기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는 것은 대다수 인권활동가의 바람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인권 10대 뉴스, 그리고 그날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참여할 수 있도록 2016 프로젝트 그날들의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길 다짐하는 오늘을 나의 ‘그날’로 기억해야겠다. … 그러나! 그럼에도 이렇게 힘든 내년 그날들은 없다…
프로젝트 그날들의 10대 뉴스 투표에 참여하고 타임라인을 살펴보려면
http://bit.ly/2fTarVd 로 접속하세요.
투표 참여기간 2016년 12월 1일(목)~7일(수)까지, 발표는 10일(토)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