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내일(8/29)부터 한 달간 전국순회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국회가 "자유 평등 등 헌법 가치 강화를 위한 현행 기본권 조항의 개선"을 제안하고 있음에 주목하며, 국민대토론회가 헌법 개정에 관한 실질적인 시민참여 토론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 개헌특위는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 평등권의 차별금지 사유를 추가하는 것에 관해 "대체로 공감"을 이루었다고 자료집에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개정은 조문의 표현 문제에 그치지 않고 평등에 대한 감각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것이며 한국사회가 더욱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에 일조할 것이다.
3. 그러나 동시에 분명한 점은, 현행 헌법에 부족함이 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헌법은 누군가의 인권을 부정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점이다. 법률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인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누려 마땅한 권리다. 현행 헌법이 차별금지 사유로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서 다른 사유에 대해 차별이 허용되는 것이 아님도 당연하다. 개헌특위가 제안한 '장애, 인종, 언어'에 대해서도 개헌과 무관하게 차별이 금지되며, 현재 논의에서 적시되지 않는 수많은 사유들-종교, 나이, 학력, 병력,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가족형태, 출신국가 등-에 대해서도 차별은 금지된다. 따라서 개헌특위가 개최하는 국민대토론회는 차별이 허용되거나 금지되는 사유를 따지는 토론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의 기본정신에 따라 평등의 가치를 익히는 것이 우선이다.
4. 우리는 개헌 논의를 틈타 차별을 선동하는 세력들의 움직임을 우려한다. 이들은 '동성애 합법화 반대'를 내걸고 '동성애 동성결혼 개헌반대 국민연합'을 결성하여 서명을 받거나 집회를 여는가 하면, 오늘(8/28)은 '외국인 기본권 확대 개헌안의 문제점'에 관한 포럼을 국회에서 열고 있다. 이들은 '동성애는 하늘의 섭리에 반한다'거나 '차별금지사유에 인종이 추가되면 무슬림에 의한 피해가 극심해질 것'이라는 등의 편견과 왜곡에 기대어 차별을 선동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대한민국 헌법이 가리키는 차별금지와 평등의 정신을 정면에서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반헌법적 주장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의 움직임을 국회가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종차별을 선동하는 포럼이 국회에서 열리고 일부 국회의원이 축사를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1일 "동성애를 헌법개정을 하면서 허용하려는 시도는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하는 등 정치인들의 반헌법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 국회는 앞으로 진행될 개헌 논의에서 차별을 선동하는 발언과 주장이 횡행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헌 논의 과정이 차별을 확산하는 과정이 된다면 조문이 어떻게 개정되든 개헌의 정당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5. 우리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 헌법이 이미 차별금지와 평등을 선언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인 이유도 그것이다. 차별금지와 평등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 속에서 획득되는 가치다. 개헌 논의는 이와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자리매김될 때에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세력들이 혐오에 기대어 역사를 되돌리도록 둘 것인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혐오에 단호하게 대처하며 평등을 이루어갈 것인가. 국회의 현명한 역할을 기대한다.
2017년 8월 28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