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우리는 일터에서 언제 차별을 만날까요? 차별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사건’이 될 수도 있고, 특별한 ‘사건’은 아니지만 “이거 차별 같은데”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은 언제일까요? 일터에서 만나게 되는 차별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요?
2013년에 인권운동사랑방에서는 차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며 ‘노동’에서 차별은 어떻게 만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차별을 외치고, 차별이 노동자들을 분리·분열시킨다고 이야기 하지만 이에 대한 반차별 운동의 담론과 내용은 부족했습니다. 사측에서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직장 내 괴롭힘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차별로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차별이 노동자에게 끼치는 영향, 자본이 차별을 활용하여 노동자들을 분리·분열시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2013년 하반기 사랑방 중심활동팀에서는 불안정노동철폐연대와 함께 ‘차별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효율성으로 무장한 자본, 효율성은 자본과 어떻게 만날까?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이하자 자본은 효율적으로 노동자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직군과 직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사람들에게 수용시키기 위해 ‘차별의 합리성’을 활용합니다. 정규직노동, 가치 있는 노동은 고학력의 젊은 남성 노동으로, 그리고 이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덜 가치 있다 명명되는 노동으로 분리됩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의 효율성, 생산력은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노동자들은 더 가치 있는 노동과 더 가치 있는 노동에 위치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소수성을 확인하게 됩니다. 여성이기에, 학력이 부족하기에, 장애인이기에, 이주민이기에, 자본은 이들을 가치 있다 명명된 노동에서 탈락시킵니다. 사람들은 먹고 살아야 하기에 점점 자신의 소수성을 스스로 확인하며 구직활동을 펼칩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본이 강제하지 않아도 자본의 효율성에 많게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팔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비정규직, 비핵심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는 그 사람이 소수성을 지녔기 때문이라 생각되어집니다.“저 사람이 뭔가 부족해서 이겠지” “네가 그것밖에 안되니까 좋은 회사에 못 들어가는 거야”와 같은 이야기는 이 점을 드러냅니다.
차별에 힘은 다양한 노동의 등장과도 만나게 됩니다. 서비스노동의 증가, 돌봄 노동의 등장 속에서는 차별은 효율성과 만납니다. 서비스업과 돌봄 노동은 여성 노동으로 이해되었고, 남성노동에 비해 여성 노동의 생산력이 떨어진다는 전통적 인식은 이에 대한 차별을 당연토록 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생산력이 떨어지기에 이는 당연한 것이라고 합리화시켰습니다.
효율성과 차별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사회가 규정한 노도의 가치로 받아들이도록 했습니다. 자신의 노동이 비핵심적이라면 자신 또한 비핵심적 가치를 지닌 사람이 되었으며, 생산력이 낮은 일이라고 지칭되는 순간 자신의 노동력의 가치 또한 낮다고 인식시켰습니다. 효율성의 가치는 사람의 가치를 결정지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과 가치가 떨어지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노동자는 구별되었습니다.
노동자를 공격하는 차별
자신의 가치를 자본이 결정짓기 시작하며 사람들은 분리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 사람, 위치가 다른 사람이 된 사람들이 상호간의 관계와 연결을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자신과 다른 환경에 놓인 사람들과 동일성을 찾을 수 없을 때, 저 사람을 나와 동등하게 바라보지 않을 때 평등감각은 훼손되었습니다. 저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기 시작하고, 나보다 낮은 사람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순간 서로의 존엄이 쉽게 만들어 질 수 없었습니다.
자본은 적극적으로 이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자본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들며 연대를 깨나갔습니다. 자본은 또 다른 방법도 활용했습니다. “ 네가 밑으로 내려갈래!” 비핵심적인 노동, 효율성이 떨어지는 노동이라 명명된 노동을 외주화 시키거나 비정규직화 시키며 저들이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네가 내려가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불안한 사람들은 밑으로 내려가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차별은 자본의 전략과 맞물렸습니다. 외주화 시키거나 비정규직화 시키는 과정에서 소수성과 차별은 적극적으로 활용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연대와 관계는 자본과 차별의 맥락에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차별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름 아닌 연대와 관계의 단절이었습니다.
“차별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활동은 이제 시작입니다.
“차별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입니다. 무언가 눈에 보일 듯한 내용들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말한 이야기들도 아직 뚜렷하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자본이 차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노동과 정체성은 어떻게 만나는지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괴롭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괴롭힘이 존재하는지, 그것은 노동자 스스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무엇이 노동자들에게 모욕을 주는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답을 하나하나 찾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저항을 무력화 시키고 연대를 깨려는 자본과 차별의 힘에 대해 우리가 맞설 방법들도 찾아 가야 합니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가 찾아봐야 할 여러 가지 길을 모색하려 합니다. 물론 한 번의 연구가 답을 찾을 수도, 차별에 저항할 힘을 만들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연구를 시작으로 더욱더 다양한 차별에 주목하고 맞서 싸울 힘을 만들어 낸다면 언젠가는 평등의 감각과 연대의 힘이 노동자들, 그리고 일터에서 만들어지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