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요
제주하면 역시 강정 생명평화대행진! 나는 원래 집 밖을 잘 나서지 않는다. 누군가가 주도해서 계획을 잡으면 따라가는 정도? 제주도도 몇 번 가봤지만 정말 내 의지로 표를 직접 끊어서 제주도를 찾아간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뜨거운 아스팔트를 걷고 또 걸으려니 무척 힘들었지만 뭔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일상과 꽤나 먼 거리에서 다른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주는 에너지를 느꼈달까. 그 이후로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이유에 공감하며 지금은 해마다 비행기를 타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로 제주는 나에게 여행의 시작점 같은 곳으로 남았다.
미류
수학여행을 롯데월드로 갔던 제주여자임 ㅋㅋ 그러나 나도 제주 다녀올 때 여행 다녀오는 느낌. 작년 12월 세월호 형제자매들과 함께 다녀온 제주는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천의 마음을 품은 섬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ㅁ
제주를 처음 갔던 게 고등학생 때였나 참으로 아득한데... 난생 처음 본 야자수에 이어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지니 그 이국적인 풍경에 놀라웠고, 또 생경한 제주방언이 신기했다. 낯선 만큼 매력적이었던 제주가 내 인생에 어떤 의미 있는 장소로 밀접해진 것은 강정 해군기지 반대 싸움 때문이었다. 해군기지가 결국 들어섰지만, 평화의 섬으로 제주를 지켜가기 위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고, 언제나 현장을 그리고 싸우는 사람들의 곁을 지키는 운동의 동료이자 친구들이 강정에 살고 있다. 또 어찌하다보니 제주에 정착하려 내려간 친구들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 제주를 향한 길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설레는 길이 된 것 같다.
세주
제주는 고등학교 1학년 수학여행으로 처음 갔다. 단연 제주도 하면 여미지 식물원과 한라산 아니겠는가? 그중 한라산 등반을 했고 길이길이 남을 만한 드라마를 찍었던 것 같다. 결국 나중에는 업혀 내려왔던 기억이 있다. 정상(백록담)까지는 입산이 안 되어서 가지 못했었고, 이후 몇 번 방문했던 제주에서 한라산을 다시 가보지는 못했고 여전히 정상을 못가본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언젠가는 올라가서 볼 수 있겠지. 몇 년 사이 유커들이 많이 방문하고 많은 유명인들도 많이 이주해서 예전보다 제주 방문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이야기를 봤지만, 날이 좋아지는 와중에 한번 또 가보고 싶다가도 역시 발이 무거운 나다. 그럼에도 제주는 언제나 마음 속의 여행지 1호.
아해
0.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제주도에서 한 친구가 전학을 왔다. 말간 얼굴의 남자아이. 서울말과는 다른 뭔가 어색한 억양을 지닌 어른스러웠던 그 친구와 그래도 친하게 재밌게 놀았던 것 같다. 전학을 왔는데, "제주도"라고 하는 곳에서 왔다는, 조금 다른 말과 조금 다른 성격의 친구. ㅋㅋ
1. 크면서 꽤 다양한 기회로 꽤 여러 차례 제주를 다녀본 것 같다. 참 좋은 곳, 구석구석 좋은 곳이라고나 할까. 소위 '육지 것'들이 가지고 있는 제주도에 대한 낭만 비슷한 것도 있는 것 같다. 한라산과 푸른 바다, 거센 바람, 나즈막한 오름들... 계속 손꼽아본들 무엇하리오. (아! 성산일출봉. 성산일출봉을 처음 올랐던 한 어린이는, 무한한 우주의 신비에 충격을 받았더랬다. '이...이건 누가 봐도, 둥근 달이 떨어졌든, 둥근 우주선이 착륙했든, 그런 것이잖아!!!' 그런 사실이 당연하다는 듯, 완벽한 구(球) 형태의 거대한 풀밭을 달리는 조랑말들 역시 거의 천마 페가수스급의 포스를 지녔었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 펼쳐진 위대한 우주의 증거물에 대해,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고, 어디에도 그런 설명이 있지 않다는 사실에, 어린이는 의아해하고 답답해할 뿐이었다. 어른들이 정말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인지, 어린이의 마음 속에는 은폐된 진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갔다...)
2. 그러나, 내가 제주를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할수록, 뭔가 괴리가 커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 풍광마다 새겨져있는 처절한 역사. 내가 아는 유쾌한 제주사람들과 몇집마다 제사날이 같다는 제주사람들. 차분한 힐링의 바람과 관광객의 광풍. 다시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제주사람들에게는 이런 추상마저 육지 것의 오만이 되려나.
*추신 : 이번 아그대다그대 꼭지가 4.3을 위한 깔때기는 아니었을텐데 결국 빠져나갈 수가 없다... 커헉.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