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목소리로 외치던 구호였습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으나, 어렵사리 만들어진 세월호 특조위는 당시 박근혜 정권의 방해공작 속에 보고서 하나 남기지 못하고 해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참사가 벌어졌는지 납득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거리로 나섰습니다.
발뺌과 거짓말로 진상규명을 방해하던 박근혜 정권이 촛불의 힘으로 인해 내려가고, 그 직후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같은 시기,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지난 8월 선체조사위가 1년 1개월간의 조사를 마치며 종합보고서를 발간했을 때, 너무 오래 걸린 만큼 진상규명의 진전이 있었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서 선체조사위 내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보고서는 두 종으로 나뉘어서 발간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쟁점은 ‘침몰 원인’이 되었고, 언론은 각각 ‘내인설’과 ‘열린안’이라고 이름 붙은 두 보고서의 차이를 대서특필했습니다. 과연 두 보고서는 무엇이 달랐으며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요? 노란리본인권모임에서 선체조사위 종합보고서 외부 집필위원이었던 전치형님과 박상은님을 모시고 두 종의 종합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차이점과 공통점
두 분의 발제로 간담회를 시작했습니다. 세월호 침몰 과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급격한 방향 선회’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선체조사위 내부에서 두 가지 대답이 나왔습니다. ‘내인설’은 선체 내부에서 침몰 원인을 찾습니다. 출항할 때부터 불량했던 복원성, 고장난 솔레노이드 밸브, 너무 많이 실은 화물, 허술한 고박 등이 연쇄적으로 작용해 침몰에 이르렀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열린 안’은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내인설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한계로 지적하며 전면적 재조사를 요구하는 입장입니다.
입장 차이는 각 보고서의 목차에도 담겨 있었습니다. 언뜻 보면 모르고 지나갈 법한 작은 표현들에서 각 보고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났습니다. 내인설은 출항할 당시를 서술한 ‘1장. 출항하다’ 부분에서 배의 복원성과 관리감독 부실, 화물 과적 등을 자세히 설명하는 반면, 열린 안은 배가 급격히 기울어지던 순간을 서술한 ‘2장. 넘어지다’ 부분에서 남은 의문을 적는 식이었습니다. 각 입장에 따라 강조하는 부분, 표현하는 방식 등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년 1개월의 조사가 그저 의문과 대립만을 남기진 않았습니다. ‘3장. 가라앉다’ 부분에서는 두 보고서가 거의 같은 내용을 서술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잘 닫혀있어야 했던 수밀문이 열려있었던 사실을 확인했고, 여러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떻게 그렇게 빠른 침수가 가능했는지를 밝혀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의 분명한 진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두 종류로 나뉜 보고서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기억해야 할지, 고민을 나누며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진상규명의 사회적 의미
토론 시간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동시에 사회적으로 의미와 교훈을 남기는 과정이라는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선체조사위 종합보고서가 두 종으로 나뉘면서 언론은 그 ‘차이’에 집중하는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체조사위의 조사가 ‘함께’ 남긴 의미와 교훈은 무엇인지도 잘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요.
곧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가 조사를 개시합니다. 1기 특조위와 선체조사위에 이은 세 번째 조사기구인데요. 이번 진상조사 활동을 통해 어떤 의미와 교훈을 남길지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에 더불어, 세월호 이후 어떤 사회를 만들어나갈지 논의하는 과정이 있기를 바랍니다.
※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종합보고서 전문은 웹사이트 ‘세월호교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세월호교실 주소 : http://teachsewol.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