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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목숨을 요구하는 사회에 맞서야 할 때(20150422)

성완종 리스트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 핵심층의 부정부패 문제의 속살이 하루하루 밝혀지고 있다. 특히 리스트에 거론된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 문제는 한동안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면서 ‘목숨을 내놓겠다’고 이야기했다가 결국 여론의 싸늘한 시선에 밀려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 생명, 목숨과 관련된 싸움을 하는 이들을 만나고 있다.


단순히 추모와 기념으로 끝날 수 없는 세월호 참사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세월호는 205명의 희생자와 9명의 실종자로만 기억될 수 없는 사건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자본과 이를 위해 안전마저 규제 완화를 내세워 붕괴시킨 정부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아직도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많은 이들이 한 명도 구조되지 못하고 수백 명이 죽는 과정을 목격하였다. 이는 현재의 국가 시스템이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충격과 함께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기에 진상규명은 그러한 참사가 발생한 원인 등의 진실을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자, 다시는 누구에게도 그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첫 조치이다. 또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를 비롯한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은 치유와 회복을 기본 원칙으로 하여야 한다. 그러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어렵게 국회 통과된 이후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은 정부 주도로 특별조사위원회를 조정하여 사건을 은폐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원을 단순히 보상금 액수 문제로 다루며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이윤을 위해 안전을 무시한 결과로 인한 사고들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고 모욕하는 자본과 국가 권력에 맞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반복되는 ‘해고는 살인이다’를 넘어서기 위한 총파업

다른 한편에서는 생존을 위협당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2009년 정리해고 이후 26명이 목숨을 잃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외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당장 내일을 내다볼 수 없는 비정규직의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그러한 생존의 불안에 쐐기를 박으려 하고 있다.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를 비롯한 일반 해고 요건 완화,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의 내용으로 노동 정책(사실상 ‘반(反)노동 정책’)을 강행하겠다며 5월에 취업규칙 변경, 6~7월 중 해고 요건 완화 가이드라인 제정 등 구체적인 일정까지 밝힌 상황이다. 이와 함께 기간제 기간 연장, 55세 이상 파견 대상 업종 확대 등을 통해 비정규직의 규모를 더욱 키우려 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이전까지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노동3권을 현실화하고, 집단적으로 교섭하여 자신들의 임금 및 노동조건 결정에 조금이나마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과정을 모두 뒤로 돌리는 조치이다. 노동조합 등의 집단적 동의를 통해서만 바꿀 수 있었던 취업규칙 개정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많은 회사들에서 보이듯 고용 관계인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회사의 불이익한 조치에 맞서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권리는 노동권의 기본을 이룬다. 그러나 정부는 취업규칙은 물론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각 기업별 단체 협약마저 손보려고 하는 등 이러한 권리를 무력화시키려고 한다. 결국 지금 정부의 정책은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은 물론이며 그나마 어렵게 남아 있던 정규직 노조를 와해시켜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실질적으로 붕괴시키고 자본과 국가 권력에 대항하는 세력을 지우려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결사의 자유를 빼앗고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강요하는 국가 권력과 자본에 맞서 지금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가 함께 만나는 이유

세월호에서 조리원으로 일하다 탈출한 한 생존자 분은 자신의 작업 공간이 선체 안의 후미진 곳에 있고, 지시된 일만 할 수 있으며, 주변과 연락할 수단이 없어 사고 당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분은 위험한 작업 공간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기도 하셨다. 작업장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동할 권리는 세월호에서도 지켜지지 않았고, 그 결과 세월호에서 조리원,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 집회에 노동자들이 함께 하고, 총파업 투쟁에 세월호 가족들도 연대를 표시하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그러한 장을 연 것은 정부와 자본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변명이랍시고 성완종 회장이 구명 연락을 했고, 성완종 측과 100여 차례의 통화를 했지,만 부정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국가 권력과 자본의 밀착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드러내는 측면이기도 하다. 이들의 유착이 결국 우리에게 생명마저 담보할 수 없는, 존엄성이 파탄난 삶으로 이어졌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기에 연대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모두가 그러한 삶을 강요당하는 한 사람으로 이 모든 일들의 당사자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행동은 무한질주하려는 자본과 국가 권력에 맞서 존엄한 삶을 위한 우리 모두의 권리를 함께 지켜나가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