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질 대참사 초래한 러시아 정부 규탄한다 -
지난 3일 러시아 북오세티야공화국 베슬란의 한 학교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에 충격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 적어도 4백 명 이상이 사망했고, 부상자까지 합쳐 1천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희생자 가운데 어린이들이 3분의 1이 넘는다.
아비규환의 공포 속에서 숨져 간 아이들과 부모와 교사들, 그리고 이들의 유가족을 생각할 때, 이러한 대참사를 초래한 러시아 정부의 강경 진압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냉혹하게도, 러시아 정부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 보듯 뻔한 데도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지 않았다.
푸틴은 이번 진압이 “우발적인 것”이었다며 책임을 인질범들에게 떠넘기지만, 위선일 뿐이다.
러시아 정부는 처음부터 인질들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이들을 포함해 1천5백 명이 넘는 인질들이 곳곳에 폭탄이 설치된 체육관에 갇혀 있었지만, 러시아 정부는 협상에 제대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인질 수를 축소 발표하고 언론 통제에 혈안이었다. 인질 수가 354명이라던 정부의 발표는 거짓임이 드러났다. 또한 러시아 정부는 ‘인질극 관련 언론 보도 제한법’을 통해 사건 진행 동안 러시아 언론을 침묵시켰다. 사건 취재를 위해 비행기를 타려던 기자들은 공항에서 연행돼 며칠간 감금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계속해서 언론을 통제하며 진상을 은폐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인질극 참사를 다룬 신문사 편집장은 크렘린의 압력으로 사임 당했다.
2년 전 모스크바의 극장에서 일어난 인질극 사건 당시 독가스를 투입해 170여 명을 죽인 사건에서 보듯, 이번 사건은 결코 “우발적”이지 않다. 저항세력들의 요구에 타협하지 않고 강경 대응해 대규모 희생자를 양산해 온 것은 KGB 공작원 출신인 푸틴의 일관된 대응이었다.
푸틴은 “테러리스트들과는 협상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독립을 요구하는 체첸인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점령과 학살을 자행해 온 푸틴이야말로 진정한 테러리스트다.
이번 인질극 사태의 뿌리는 러시아의 잔혹한 체첸 점령에 있다. 러시아 지배자들은 풍부한 유전 지대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카프카스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체첸의 독립을 저지해 왔다.
1994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친 러시아의 체첸 침공은 수많은 체첸인들을 학살했다. 1994년 1차 침공에서 러시아는 인구의 10분의 1인 약 10만 명의 체첸인들을 학살했다. 희생자의 다수는 민간인이었고, 이 중 40퍼센트가 아이들이었다.
2차 침공에서도 러시아 군대는 대규모 처형과 강간과 고문을 자행했다. 적어도 3만 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학살당했다. 체첸 수도 그로즈니는 완전히 파괴됐고 수많은 마을들이 쑥대밭이 됐다.
러시아는 계속해서 수만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꼭두각시를 내세워 체첸을 통치하고 있다.
이번 인질극 참사의 희생자들은 푸틴이 체첸에서 자행해 온 잔혹한 짓들 때문에 죽었다. 러시아의 체첸 점령이 끝나지 않는다면 이번 같은 비극은 또다시 일어날 것이다.
- 러시아는 당장 체첸에서 손을 떼라!
- 점령을 중단하고 체첸의 독립을 인정하라!
2004년 9월 9일
러시아의 폭거에 항의하는 19개 인권노동사회단체
광주인권운동센터/ 국제민주연대/ 다함께/ 대항지구화행동/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회/ 부산인권센터/ 안산노동인권센터/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유가협/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진보네트워크/ 천주교인권위원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평화인권연대/ 한국인권행동. - 이상 19개 단체 -
성명/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