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아니라 합법화로 해결을
인권운동사랑방
지난 11월 12일은 이주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인권의 보편적 실현을 기대하는 모두에게 수치스러운 날이었다. 이날 법무부는 출입국사무소 직원과 검찰, 경찰 등 200여명을 동원해 사상 유례 없는 대규모 ‘이주노동자 사냥’에 나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은 사업장과 주거지 등에 무단으로 혹은 물리력을 동원해 문을 부수며 침입했고, 단속자의 신분도 밝히지 않았으며 수갑을 채워 연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 하루에만 100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마구잡이로 연행되었다. 전시에나 일어날 법한 ‘소탕작전’이 미등록이라는 이유만으로 ‘민간인’을 대상으로 법집행기관에 의해 불법적으로 진행되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 밀집지역이 슬럼화되고 외국인 범죄의 온상이 됨에 따라” 대규모로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집중단속의 표적이 되었던 사업장들이 속해있는 남양주시가 발표한 2007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이 지역에서 발생한 총 65,579건의 사건 중 외국인에 의해 일어난 사건은 209건으로 0.31%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마저도 남양주시 전체에서 발생한 통계이다. ‘슬럼화’ 역시 기본적으로 열악한 지역의 주거 환경이 문제이고,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특정한 집단이 빈곤한 상황으로 일방적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문제다. ‘3D업종’이라며 현재 국내 노동자들은 기피하고 있지만 한때 저임금의 제조업 노동자들이 겪었던 열악한 빈곤 문제가 고스란히 이주노동자들에게로 이전된 것이다. 법무부는 이러한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하기 보다는 사실을 왜곡하고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자 집단’으로 낙인찍으면서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유엔 국제인권협약인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협약’은 등록 이주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가 한층 심각하다는 점을 특별히 언급하며,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권리가 함께 증진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인권위 역시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단속과 연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우려하며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또 단속반원들의 단속 시 폭행, 가혹행위, 부상자 방치 등에 대해 해당 공무원들의 징계조치 등을 권고한 바 있지만, 이러한 인권기준은 인권을 최우선 과제로 해야 할 법무부에 의해 너무도 쉽게 무시되고 있다.
한편 법무부 출입국은 대규모 집중단속을 2~3차례 더 시행할 것을 예고하며 52개 특정지역을 선정해놓고 있어 지난 12일 집중단속은 ‘이주노동자 사냥’의 서막에 불과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법체류자 근절’ 발언 이후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해왔다. 하지만 사실상 정책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양산해온 주체 역시 정부이다.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 중 산업연수 체류의 84.9%, 연수취업 체류의 92.1%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이탈’되었다. 또한 고용허가제를 통한 비전문취업 체류의 19.5% 역시 미등록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이주노동의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연수생제도를 통해 국내로 유입된 이주노동자들은 ‘현대판 노예’라고 비판되었던 연수생이 아니라 스스로 노동자가 되기 위해 미등록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04년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에도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수는 별반 줄어들지 않았다. 게다가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사업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사업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이주노동자들을 미등록으로 이탈하도록 조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결자해지의 정신이 필요할 때다.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국제인권기준과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준수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의무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부는 ‘불법’을 앞세워 대대적인 ‘인간사냥’에 나설 것이 아니라, 결자해지의 자세로 지금까지 제도적으로 양산되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합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정책의 결과까지 책임을 다 하는 자세이다.
2008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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