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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성명서] 형법 일반교통방해 조항에 대한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환영한다

[성명서]

형법 일반교통방해 조항에 대한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환영한다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8부(재판장 이민영)는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제185조)를 집회 또는 시위에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이번 위헌제청에 대해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한 자의적이고 부당한 탄압에 경종을 울리는 결정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



형법 제185조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집회 및 시위가 위 조항의 ‘기타 방법’에 해당한다며 기소하고 있고, 다수 법원 판례도 이를 주저 없이 인정하여 처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촛불시위와 관련해서도 다수의 시민들이 도로교통법이나 집시법 위반이 아닌 일반교통방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검찰이 집회 및 시위에 도로교통법이나 집시법을 적용하지 않고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이유는 과도한 형벌을 가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교통에 방해되는 방법으로 눕거나 앉거나 서있는 행위”(제68조 3항)를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집시법은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금지”된 집회의 참가자의 경우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반교통방해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어, 검찰의 입장에서는 손쉽게 과도한 징역과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집회 및 시위에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경찰로 하여금 단순 시위참가자들에 대한 현행범 체포를 감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경미사건에 대하여 현행범 체포를 엄격히 제한(제214조)하고 있어, 단순 시위참가자들이 교통을 방해한 경우 도로교통법이나 집시법을 적용하면 현행범체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경찰은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 현행범체포를 감행하고 있어, 형사소송법의 인권보장 장치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재판부는 위헌신청에 대하여 판단하면서 위 조문의 ‘기타 방법’이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의 태양에 대해 어떠한 제한도 두고 있지 않아 구성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자의를 허용하지 않는 통상의 해석방법에 따라 보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법을 말하는 것인지 그 내용이 일의적으로 파악되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재판부는 ‘도보에 의한 신체이동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가 ‘차량을 이용한 신체이동의 자유’보다 우위에 있는 기본권이라고 전제하면서, ‘기타 방법’이 교통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라고 해석한다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과잉형벌이어서 헌법상 비례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재판부의 위헌제청이 한국사회에서 집회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집시법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한 법원의 위헌제청과 관련해 신모 대법관이 개별 재판에 개입한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사법부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한 국가 권력의 자의적 탄압을 견제하기는커녕 방조하거나 아예 적극 가담해 왔다. 우리는 이번 위헌제청이 한 재판부의 결정일 뿐이지만, 그동안 기본권을 보장하는 마지막 보루가 아니라 기본권 침해의 첨병이 되어 온 사법부의 과거를 스스로 반성하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이를 적극 환영한다. 또한 검찰과 경찰은 이번 위헌제청을 계기로 집회 및 시위를 범죄시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시민들의 기본권을 짓밟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이후 헌법재판소가 법원 결정의 취지를 깊이 살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고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진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관행이 명백히 위헌임을 확인하기를 기대한다.





2009년 5월 4일



인권운동사랑방 (사)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