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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성명] 집시법 제5조 1항 2호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을 규탄한다

[보도자료]

[성명서]

집시법 제5조 1항 2호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을 규탄한다

□ 수 신 : 각 언론사
□ 발 신 : 인권운동사랑방, (사)천주교인권위원회
□ 제 목 : [성명서] 집시법 제5조 1항 2호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을 규탄한다
□ 발신일 : 2010년 4월 29일(목)
□ 문 의 : 미류(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02-365-5363)
강성준((사)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017-344-5808)


1. 인권운동사랑방과 (사)천주교인권위원회는 2008년 10월 9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5조 1항 2호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습니다.

2. 청구인(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강성준)은 지난 2006년 5월 4일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소재 대추분교에 대한 국방부의 주한미군 공여지 행정대집행 관련 집회에 참가하여 집시법 제5조 1항 2호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약식기소되어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청구인은 1심(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제1형사부, 재판장 김홍준)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했고, 항소심 계속 중인 지난 2008년 7월 21일 해당 집시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9월 8일 재판부(서울고등법원 제11형사부, 재판장 이기택)가 기각함에 따라 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입니다. 이후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는 2009년 1월 30일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하여 벌금 70만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바 있습니다.

3. 오늘(29일) 헌법재판소는 해당 법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이를 규탄하며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별첨 : 성명서
[성명서]

집시법 제5조 1항 2호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을 규탄한다


오늘 헌법재판소는 집시법 제5조 1항 2호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집회 사전 허가제를 용인한 것으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을 가려내어 바로잡아야 할 헌재가 자신의 책무를 스스로 버린 것이다.

집시법 제5조 1항은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집회나 시위를 주최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면서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2호)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집시법 제22조 4항은 “그 사실을 알면서 제5조제1항을 위반한 집회 또는 시위에 참가한 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집회·시위에 해당된다고 관할 경찰서장이 판단하면 관할 경찰서장은 해산(제20조 1항)을 명할 수 있으며 집회·시위의 금지를 통고(제8조 1항)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위 조항이 사회통념상 수인할 수 없는 정도의 집회를 금지하는 것이고, 이런 점을 인식하면서도 뜻을 같이해 모이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이므로 의미가 불명확하지도 않고 예측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참석자들이 폭행이나 협박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고유한 불법성이 인정되며 사전 예방의 측면에서도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위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의 결정은 위 조항이 미신고 집회를 처벌하거나 신고 사항을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집시법의 다른 조항과는 달리 관할 경찰서장이 집회․시위를 사전적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직접적인 위협”에 대한 판단 권한이 경찰에 일임되어 있고, 판단의 절차나 요건에 대해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헌법이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함은 물론 관할 경찰서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성향의 집회․시위가 사전에 금지될 가능성이 농후해 헌법이 금지하는 집회․시위의 허가제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아직 개최되지도 않은 집회가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지를 누가 판단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경찰은 이 조항을 근거로 서울지역의 아직 개최되지도 않은 집회․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지역에서 상경하는 사람들의 차량을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가로막기도 했다. 해당 집회가 아직 개최되지도 않은 때에는 누구도 집회의 양상이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에 미치는지 알 수 없는데도, 경찰이 자의적으로 해당 집회를 범죄로 규정하고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의 ‘범죄의 예방과 제지’ 권한을 내세워 상경 차량마저 가로막고 있다.

한편, 법조항이 모호하다보니 경찰과 법원은 경우에 따라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까지도 단속, 처벌할 수 있는가 하면, 역으로 “직접적인 위협”을 가능한 한 축소해석을 해 위헌성을 띠는 행위마저 단속ㆍ처벌에서 면제시킬 수 있어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해당 조항은 집회주최자로 하여금 상황을 통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 기본권 제한의 보다 완화된 형태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경찰이 일괄적으로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점에서 기본권 제한의 과잉금지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37조 2항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해당 조항과 병렬 배치된 집시법 제5조 1항 1호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를 사전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해당 조항은 집회의 양상이 헌법 파괴 행위에 준할 정도로 심각하게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협하는 경우로 엄격하게 한정해서 적용하는 것이 입법 의도에 부합하는 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집회·시위 과정의 사소한 충돌을 빌미로 이후 같은 단체가 주최하거나 참여하는 집회·시위를 손쉽게 원천봉쇄하고 참가자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헌재의 결정은 현실을 오해하는 수준을 넘어 집회·시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 현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2항은 1987년 6월 항쟁의 대표적인 성과로 현행 헌법 질서가 집회·시위를 통해 새롭게 창출되었다는 역사적 기록이다. 민중들의 뜻을 거스르는 권력이라면 집회·시위를 통해 언제든 무너질 수 있고, 무너져야 한다는 항쟁의 교훈을 헌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현행 헌법을 통해 만들어진 헌재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2010년 4월 29일

인권운동사랑방
(사)천주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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