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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논평] 북한위원회는 될 수 있을지언정

[논평] 북한위원회는 될 수 있을지언정


지난 12월 6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헌병철, 아래 인권위) 2010년 18차 전원위원회(전원위)는 ‘북한인권법 제정촉구 및 북한주민에 대한 정보접근권 부여 권고안’을 김태훈, 최윤희, 한태식, 김양원, 김영혜, 현병철 등 6인 위원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번 전원위의 결정은 이명박 정부와 현병철 위원장, 보수적인 위원들이 인권위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다.


이번에 통과된 북 관련 사안의 인권적인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인권시민단체들이 반복해서 지적해왔다. 한나라당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에는 북한인권재단의 설립, 외교통상부에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 신설, 통일부 장관의 북한인권 업무 규정 등의 내용이 담겨있지만, 이것들은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에 대한 실효성은 없으면서, 남북 간의 갈등을 불러오는, 반북반공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내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에 대한 인권위의 권고라면 보다 인권의 원칙에 부합하는 정책개발과 평화적인 협력모색 등을 주문했어야 하지만, 이미 지난 4월 12일 전원위에서 의결하여 국회에 권고했던 내용에는 '북한인권법안 제정촉구', '민간재단 설립반대', '인권위 내에 북한기록보존소 설치' 등의 정치적인 권고만 포함되었을 뿐이다.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와 함께 의결된 ‘북한주민에 대한 정보접근권 부여 권고안’은, 이미 전원위에서 두 차례 보류와 부결을 거쳤다. 지난 6월 처음 김태훈 위원이 제안한 이 안건은, ‘한류전파를 통한 인권의식 함양’, ‘북한 주민 계몽’,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을 언급하며 대북 방송 재개와 대북 전단 발송 지원 등을 주장하는, 마치 전쟁을 선동하듯 남북대결을 부추기는 반인권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도 보류되었던 안건이다. 이런 일방적인 방법들은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보다는 남북한 주민의 인권을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원위는 이미 한차례 권고가 이루어진 안건과 이미 부결된 안건을 아무런 근거없이 되살려 다시 통과시켰다. 이번 전원위는,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문외한이라고 비판을 받으면서도 모른 척으로 일관하며 1년 5개월을 버티는 동안, 내부에서 많은 비판을 해왔던 인권위원들이 사퇴하고, 친정부적이고 반인권적 인사인 김영혜가 상임위원으로서 참석한 첫 전원위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원위의 의결은, 2009년 7월 취임 당시 “인권에 관해서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북한의 인권에도 관심을 기울”이라던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이, 이제는 마음껏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안팎으로 알리기 위한 결정인 셈이다.


다시 한번 확인하자면, 현재 인권위의 문제는 북에 대한 얘기를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권이 아닌 것을 인권인 것처럼 꾸미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위원장을 포함한 보수적인 위원들은 이번 전원위의 또 다른 안건인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의견표명’ 안건에 대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어 안건을 부결시키는, 인권보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북과 관련된 안건에서조차 인권정책 연구나 인권대화를 위한 실무 노력 등에 대한 언급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위원들이 어떻게 인권 상황 개선에 보탬이 될 것인가. 인권위가 무능한 보수세력의 이념놀이터가 되어버린다면, 이런 인권위는 ‘북한위원회’는 될 수 있을지언정, ‘인권’위원회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는 없다. 최근 인권위가 공모한 인권논문상, 인권에세이상, 인권영상상, 인권표창장 등의 수상자들이 수상을 거부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인권을 지향하지 않는 인권위는 더 이상 인권옹호자로서의 권위를 갖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뉴라이트의 대표 인사인 홍진표를 상임위원으로 추천하는 등, 앞으로도 인권위는 더욱 더 말라비틀어질 것이다. 그러나 국내 인권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국제인권사회도 인권위의 파행을 주시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현병철과 반인권적 위원들은 인권옹호자로서의 영광을 얻기는커녕,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인권위를 파괴하고 인권을 왜곡하는데 앞장선 꼭두각시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오명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길은 지금 당장 인권위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뿐이다.


2010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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