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 활동가가 된 지 이제 한 달을 채워 갑니다. 사실은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어디 가서 스스로 사랑방 활동가라고 소개하는 모습이 낯설고, 신상을 밝혀야 하는 서류 직업란에 뭐라고 써야할지 한참을 망설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나가야할 곳이 생긴 것입니다. '나도 이제 일을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괜히 좋아지기도 합니다.
지난 3주 동안은 개인적으로 지옥과 천국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지금 <인권하루소식> 수습기자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 동안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 생각지도 않고 편하게만 하루소식을 읽었던 지난날을 뉘우쳐도 보지만, 기사를 써야하는 현실이 달라질 리 없습니다. 원고지 5매를 채우는데 밤을 새고 있는 모습을 대하면서, 백 번 좌절했습니다. 도대체 학교에서 뭘 배웠을까. 하지만, 그렇게 쓴 기사(물론 편집장 손을 거친)를 팩스, 이메일, 오마이뉴스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면, 어느새 밤의 고통은 싹 잊고 마냥 기뻐합니다. 아직은 그렇게 단순한 수습입니다.
신임 활동가 신고를 하는 이 지면에 인권운동의 포부와 결의를 밝히려고 애초 계획했었는데, 사실은 잘 모르겠습니다. 포부와 결의는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저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많이 배우고 또 고민하겠다는 결심만 가졌습니다. 하루소식 일은 힘이 드는 만큼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합니다. 이제까지 제가 인권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인권의 전부가 아닌 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인권의 눈으로 세상을 바로 보려면, 아직 한참을 뛰어다녀야겠습니다.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세상을 향해서 아주 크게 전달하는 것을 일단 새해 목표로 세웠습니다.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