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이끼라고 합니다.
제가 사랑방에서 자원 활동을 시작한 지도 벌써 4년째가 되네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2011년 말에서 2012년 초는 아주 특별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제가 일하고 있던 직장에서 파업을 했었거든요. 어용노조와 회사의 횡포에 맞서 전체 직원의 1/3에 불과한 소수노조가 우리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고 결국 파업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실제 겪어본 파업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고 지겨운 싸움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함께 일하던 동료와 험한 말을 주고받고, 구사대로 동원된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다치고, 경찰서와 병원을 드나들기도 했지요. 반면에 ‘노동조합’, 함께 싸우는 ‘동지’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연대’의 고마움과 힘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싸움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대하고 함께 투쟁해준 이들은 재능노조 분들 같이, 우리보다 더 힘든 처지의 업장들이었습니다.
약 5개월 정도 지속되었던 투쟁과 파업은 나름대로의 성과를 내고 마무리 되었고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직장을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의 투쟁에 함께 연대해본 적은 있지만 직접 투쟁의 당사자가 되어보는 건 처음이었던 이 경험이 앞으로 제가 계속하게 될 활동에 소중한 자산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을 땐 제 작은 활동들이 세상을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활동을 하면서 느낀 건 세상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제 자신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저에게 운동은 무언가를 바꾸기 위한 것이기보다는 지금의 제 생각과 가치를 지키는 것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돈만이 유일한 가치로 변하고 있는 이 세상 속에서 저같이 약한 사람은 조금만 긴장(?)을 놓쳐도 어느새 그에 적응한 채 동화돼서 살고 있게 되더라구요. 그게 참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생각과 가치를 지키는 것, 계속 제 삶을 반성하며 사는 것이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세상을 바꾸는 소중한 첫걸음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저 혼자선 할 수 없는, 곁에서 함께하는 이들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일 것 같구요.
이제, 이런 마음을 안고 다가오는 5월 인권영화제가 열릴 광장에서 새롭게 겪게 될 경험들과 만나게 될 인연들을 기다리며 저의 활동을 이어나가려 합니다.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