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남 주자~
인권교육실의 재교육 필요성이 강력히 요청되면서(혹은 요구하면서?) 시작된 ‘비폭력 대화’ 수강은 다른 사랑방 활동가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지지 속에 이뤄지고 있다. 교육실 활동가 3인이 이번 강좌에 참여하게 된 것은 인권교육에 자양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과 기대 때문이다. 물론 일상에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생각해보니..) 폭력적이었던 대화습관을 바꿔 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무척 기대되는 바이기도 하다.
강좌가 시작되고, 사랑방에서는 ‘비폭력 대화법으로 해봐’, ‘비폭력 대화로 하면..’과 같은 대화가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제대로 다 배울 때가지 섣불리 대화법만 사용해서는 안되겠다’는 자타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뿐이다. 이 무언의 합의는 1주일만에 이뤄졌다. 잘 배워서 꼭 ‘남도 주고 전파하라’는 특별한 사명이 잘 실현될 수 있을지..^^ 물론 기대는 여러 가지인지라, 교육실 3인이 부지런히 배우면 사랑방의 데시벨이 낮춰지지는 않을까 하는 엉뚱한 희망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김/고/배’ ¹라고 부르는 것이 데시벨 순서라는 낭설..)
비폭력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² 에서는 ‘왜 이렇게 늦었어! 연락도 없이. 정말 게으르구나. 좀 제때 다녀!’라고 말하는 대신 ‘관찰’, ‘느낌’, ‘욕구’, ‘부탁’으로 대화하라고 말한다. ‘왜 이렇게 늦었어...’라는 말은 ‘평가와 생각, 수단?방법 그리고 강요’를 담은 대화라는 것. 비폭력대화로 이야기하면, ‘우리가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보다 네가 1시간 늦게 오면서 연락도 없어서, 정말 속상해. 사고가 난 건 아닌가 하고 걱정했잖아. 난, 나와의 약속이 존중받기를 바래.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게 어떠니?’가 된다.³
전체 16회 강좌 중 3회를 마친 지금, 사실은 정확히 관찰하고, 적절한 느낌을 찾고, 욕구와 수단?방법을 구분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단계이다.
때때로 내가 말한 내용에서 나의 욕구가 무엇인지 헷갈려 하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은 무척 당황스런 경험이다. 느낌을 표현하는 어휘가 이토록 부족했던가? 아니 모르고 있었던가! 도대체 내 욕구는 무엇이었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또 일상생활의 대화에 얼마나 많은 ‘평가’가 있었는가 하는 깨달음도 충격적이다. 스스로는 단정지어지기 싫어하면서 역시 나 또한 타인을 단정짓는 말을 많이도 하고 있었다.
비폭력이 안될 때...
강의에서는 이런 관찰, 느낌, 욕구, 부탁으로 구성된 대화의 기술에 앞서 비폭력대화의 기본바탕은 ‘인간에 대한 연민’이라고 설명한다. 연민은 마음에서 우러나서 주는 것이라고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서 주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에너지가 다르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깊이 공감하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늘 마음에서 우러나서 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⁴이다. 또 ‘비폭력대화가 서로를 인정할 수는 있지만 해결도 가능한 것인가?’하는 생각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기고 있다. 솔직히 아직은 오락가락하면서 강좌를 듣고 있다. 나름대로 바람직한 배움의 자세라고 스스로 흐뭇해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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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김/고/배’는 교육실에서 일하는 김영원, 고근예, 배경내 3인을 일컫는 말이랍니다.
²) 비폭력 대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쉽게 교환할 수 있는 대화법. 자세한 내용은『비폭력대화』(마셜B.로젠버그 지음, 캐서린 한 옮김, 바오출판사, 2004)를 참고하세요.
³) 매우 어색한 문장이 됐는데, 아직 ‘정석’대로 문장을 만들고 있음을 이해해주세요..^^;
⁴) 예를 들면 ‘부시는 쌈쟁이다’같은 말을 ‘전쟁으로 사람이 죽는 것은 매우 가슴아픈 일이다. 나는 평화를 원한다’로 바꿔 말하자는 것인데, 나의 욕구가 평화라고는 해도 과연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