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받은 편지를 소개하자면, 대구교도소의 J씨는 9년여 동안 교도소에서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지금부터 십여 년 전이면 수용자의 인권은 굉장히 열악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그 당시 잦은 인권침해로 심신이 쇠약해졌으며 뜻하지 않은 사고까지 겹쳐 J씨는 병을 얻게 됩니다. 디스크가 그것이었는데요, 그 후 J씨는 무릎, 허리, 목까지 디스크가 있어 지금은 모르핀 같은 약이 아니면 견디어 낼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고 계십니다. 5-6년 전부터 그 통증이 심하여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교도소에서 여러 표창도 받고 모범수였어도 전문의 하나 없는 교도소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외부병원으로 나가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자비로 외부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호소해도 교도소에서는 계호에의 인력 문제를 거론하며 쉽게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추후 국가인권위원회의 도움으로 외부진료를 나가게 되고 약도 받아서 통증을 완화할 수 있었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 천만원정도의 비용을 요하는 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교도소에서는 수술을 해줄 의무를 가지고 있지만 비용이 커서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와 죽을병은 아니니 급하지 않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교도소에서는 J씨가 가석방이 되어 나가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치료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사회에 나가서 자비로 수술을 받으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교도소에서 노역으로 모은 돈으로 사회에 나가서 의료보험도 없이 수술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법 제49조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교도소 기타 이에 준하는 시설에 수용되어 있을 때에는 그 기간 중 보험 급여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올 초 이 조항을 두고 헌법재판소에서는 수용자의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는 이 조항이 미결수용자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도 아니라는 판결도 내렸습니다. 이것은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을 일괄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을 전제로 내린 판결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교도소에서 하는 의료행위란 천여 명이 수용되어 있는 시설에 단한명의 전문의만 근무하는 실정이고 심지어는 보건의나 교도관이 수용자들을 진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금시설에 근무하기를 꺼리는 전문의들의 의식도 문제이지만 터무니없이 작게 책정된 의료비도 문제입니다.
2001년도 [법무연감]에는 수용자 의료비를 1인당 48,000원으로 책정했고 2004년에는 89,000원으로 인상되어 상당히 개선된 듯 보이지만 선진국인 영국의 경우 1인당 수용자 의료비가 320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행형법에는 수용자 건강진단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으나 시행령에는 6월에 1회 이상 건강진단을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매주 1회 이상 독거수용자를 시찰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지극히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것은 교정당국의 항변과 같이 단순한 예산부족 탓만은 아닐 것입니다. 교정당국의 의식변화, 그리고 적극적인 노력과 의지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