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
대학교 합격통지가 붙자마자 우연찮게 사랑방에서 자원활동을 시작해서 군대가기 직전까지 나름 꾸준하게 나가면서 친구들도 사귀게 되고 운동이란 것에 대한 고민을 키워나갔는데 어느 순간 더 이상 군대를 미루고 활동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이유는 운동을 꾸준하게 계속해나가든 다른 어떤 것을 하든, 저에게 항상 부담으로 남아있는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무엇인가를 이룬다는 것에 대해서 어렵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중단하고 공백기를 가져야한다는 생각에 그럴 거면 더 늦기 전에 다녀와서 해보자란 마음으로 입대를 결심하고 군대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사랑방 활동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몰라도 운동적인 고민에 푹 빠진 나머지, 내가 하는 고민은 운동에 관하여 나의 삶에 관하여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주를 이루는데, 고민이 한 템포 쉴 만한 일단락 없이 무작정 ‘더 늦기 전에 일단 입대’라는 마인드가 생각보단 군대에서의 생활과 격차가 너무 크단 걸 간과하고, 군대의 삶은 죽은 삶 버리는 2년으로만 생각하고 계속 군대 가기 전의 나의 생활에 맞춰 그 이후를 어떻게 할 것인지만 고민하기에는 전 계산적인 사람은 못되더라고요 지금 당장 군대에서의 처지에서 나의 삶을 고민해서 나라는 사람을 살아있게 할지 고민하지 않고 지금은 죽은 삶이고 앞으로 다시의 삶에만 고민할 때 괴리감이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다시 군대를 들어간다면 잘하겠느냐고 하면 여전히 자신없지만 그때를 돌아보면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낸 것에는 시간이 지나가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단순하고 쉽게 군생활은 마치 인생의 공백기인 양 보내버렸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는 결국 저는 군대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정말 희귀한 경우로 신체적인 상해와 무관하게 군대를 나왔습니다. 나머지 군생활은 공익근무 생활을 하고 지금은 병역의무로부터는 한결 수월해진 사람이 되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불이익도 많겠지요? 제 나름대로는 제 안의 소수성이 대놓고 표출된 첫 번째 사건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전 아쉽진 않습니다. 군대에서 타산지석삼아 소위 자신이 살인교육을 시켜주고 있는 것이라 말하는 군대의 폭력성에 대한 경계라든지 집단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달라지는 모습들에 대해서 다시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마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아직 운동에 관심을 갖고 군대가기 전까지 자원활동을 하던 제 자신이 뭘 몰라서 그렇게 했다고 쉽사리 치부하거나 지금의 제 자신이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밥벌이 고민 안하고 있다는 감정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게 다시 사랑방을 찾아와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도 생각하고요. 여기까지가 저의 지난 2년의 이야기였습니다.
쓰고 나니 마치 넋두리만 풀어놓은 편지가 되었네요. 실제로도 다시 사랑방의 문을 두드린 저에게도 활동을 하기 전에 돌아보고자 하는 이야기가 맞기도 합니다. ㅎ 또, 제가 고민할 때 옆에서 같이 고민해준 사랑방 친구들에게도 고맙고,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데도 환영해준 이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에 제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썼습니다. 정말 재밌는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또 4년 뒤쯤에 쓰면 되겠죠, 뭐. 아쉽지만 미련 없이 일단 편지를 마치겠습니다.
고민하는 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