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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곰팡이

7월에는 ‘내 인생의 곰팡이’을 아그대다그대 이야기합니다.

돌진
내 인생의 곰팡이... 별로 쓸 게 없다. 학교 다닐 때 친구 녀석들, 선후배들의 자취방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곰팡이 녀석들이야 그냥 우리 멤버 중 하나였고, 먹다 남은 음식물, 오래 된 설거지 꺼리들, 심지어 냉장고에 있는 음식물에서 역시 곰팡이 님이 출현하는 게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으니, 내 인생의 곰팡이라... 그런데 생각해보니 요즘에는 내 생활에서 곰팡이 님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같다. 지난 사랑방 사무실만 해도 벽면 곳곳에 곰팡이 님들이 숨어있다가 모습을 드러내곤 했었는데. 내가 너무 안일해진 것일까.


바람소리
곰팡이는 냄새가 나기도 하고 본래의 사물(?)을 못 쓰게 한다. 그래도 곰팡이를 이용한 유용한 것들이 있다. 그 유명한 페니실린을 만든 푸른곰팡이, 치즈, 된장 등... 연애를 한 지 오래되어 내 연애세포에 곰팡이가 슬고 있다. 이 곰팡이는 어디에 유용할까? ㅋㅋ ㅠㅠ


정록
생각해보니 한 때는 곰팡이랑 친하게 지냈던 것 같은데, 곰팡이 못 본 지도 십수년 되는 듯 하다. 선배의 꾐에 빠져 멀쩡한 2층 자취방을 빼고 반지하로 옮겨살면서, 익숙해졌던 곰팡이 냄새. 그 방에서 나온 뒤에도 곰팡이가 핀 옷, 이불 등을 버렸던 기억들... 누구는 막 살았다고 하겠지만, 조금 생각을 바꿔보면 그래도 별로 힘들지 않았던 생기넘치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ㅠㅠ


ㅎㄹ
한때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나날들이 있었다. 뭐 지금도 살살 하기 싫은 게 정말 많지만ㅋㅋ 그땐 밥해먹기도 귀찮고 설거지 하기도 싫어서 왕뚜껑 김치맛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먹고 남은 컵라면들은 부엌 한구석탱이에다가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 그렇게 한 2주일 정도 지났을까?? 쓰레기를 버리려고 컵라면 뚜껑을 연 순간 아뿔싸 녹색곰팡이가 먼지처럼 컵라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게 아닌가... 그렇게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컵라면에도 곰팡이가 생긴다는 거 그리고 이렇게 살다보면 곰팡이집이 될 꺼란 걸;; 그 이후로 최소한 음식물쓰레기는 바로바로 처리하게 되었지만 그래서 더 집에서 밥을 안 해먹게 되었다는...



한 때 친구집에 얹혀 지낸 적이 있다. 친구는 주로 다른 곳에서 지내 몇 달을 혼자 지냈다. 그 집은 화장실이 집밖 계단을 올라가야 있는, 완벽한 '지하'였다. 그래서 늘 습하고 눅눅했다. 친구의 애인이었던 이가 선물한 '작품'이 침대 위 벽에 있었다. 그 '작품'은 생라면을 실로 묶어 걸어둔 것이었는데, 일종의 정표란다. -_-: 어느 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발에 축축한 무언가가 닿았다. 젠장할. 그 놈의 작품이 습기를 먹어 무거워지자 떨어진 것. 곰팡이에 눅눅해진 면발이 으스러져 이불에 눌러붙어있고. 그날부터 그 집에서는 계속 맨바닥에서 잤었다. 곰팡이에 취약한 무언가는 집에 가능한 두지 않아야 한다는 깨달음이 남았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