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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쭈뼛쭈뼛 발 담그기, 그리고 풍덩 빠지기!

풋 활동가
8월 24일, 사랑방을 처음 찾은 그 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어디서 그렇게 쭈뼛거려보기는 처음이었다. 공부를 하는 동안 빚진 마음이 고개를 들면서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열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반성폭력 교육이 있는 날이어서 활동가들이 많이 모여 있는 상황이 나를 더욱 주눅 들게 했다. 그러한 어색함은 새로운 공간에 대한 적응기간을 원하는 동물적 반응이기도 했겠지만, 아마도 사랑방에 대한 속 깊은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활동 두 달이 채 안된 풋 활동가인 나는 여전히 사랑방을 잘 알고 있지 못하다. 두 달 동안 <북인권 모니터링팀>의 모임이 있는 날만 사랑방에 가면서 사람과 생각을 이해했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진짜 사람 사는 동네’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랑방에 가는 날이면 왠지 설레기도 하고 들뜬다.

사랑방愛 풍덩 빠지기
아직은 사랑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갈등 속에 살고 있는 나의 삶 때문일까? 얼마 전 있었던 북의 핵실험에 대한 사랑방의 논평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물 만난 고기가 되어 보고 싶기도 하다. 이런 것을 두고 양가감정이라고 해도 되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사랑방은 <벼랑 끝에서라도 핵실험은 안 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이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전 세계 민중의 평화적 생존권이 지켜져야 한다는 인권의 기본전제에 따른 것이었다. 논평에서는 이러한 정세의 근본 원인으로 미국의 대북 고립·압박 정책을 지적하고 북미직접 대화 및 인도적 지원의 지속을 요구했다. 덧붙여 이에 대한 정치적 이용을 경계하고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논평을 끝맺었다.
이러한 사랑방의 논평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었다. 사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읽는 공간에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사랑방에 풍덩 빠지기 위해서는 나쁘지 않은 기회라 생각했다. 사랑방에 풍덩 빠지기 위해서는 혼자 고민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하니까.
2% 중 1%는 제목에서 찾을 수 있다. 많은 보수단체들은 현재의 정세를 한반도의 민중들보다는 미국 등지의 매파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가고자 사랑방과 유사한 제목의 논평을 냈다. 물론 제목이 글의 전부는 아니지만 글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기에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랑방이라면 달랐어야했다고 생각한다. 반핵의 기치는 누구나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누구나 주장하는 것이다. 그만큼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방은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많은 민중의 인권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제목에 담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대전제보다는 당면 정세에서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요구를 제목에 담는 것이 보다 적절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나머지 1%는 북의 핵실험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다. 사랑방의 논평에서도 지적했듯이 기존에 미국이 북에 대해 취해온 경제제재, 군사적 위협, 가장 중요하게는 대화 단절은 북으로 하여금 벼랑 끝에 선, 아니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 정세판단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역사상 최대의 수해까지 입은 북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대화의 돌파구를 찾고자 했을 것이다. 물론 많은 인명과 환경에 위협적인 핵이 그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미사일발사, 핵실험 가능성 천명 등 대화를 위한 많은 수단을 동원하였음에도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고립무원의 북이 택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비대칭억지전략’으로서의 핵이 국제정치적으로 악용되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힘의 논리를 앞세운 강대국에게 브레이크를 걸어왔던 것 또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하나 생각해볼 것은 핵실험이 진정으로 민중의 생존권에 위협적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 전 국민이 이토록 핵물리학 전문가인 나라도 여기뿐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 모두가 알고 있듯이 북의 핵이 평화를 위협하는 수단(무기)이 되려면 많은 추가실험과 시간,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핵 자체를 두고 평화 여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적어도 실험의 의도와 위험성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북의 핵이 전 세계의 민중들의 생명을 위협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대화를 하고자하는 의사의 표명이라는 것에 대해 사랑방의 논평이 콕! 짚어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배워야할 게 많아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랑방의 논평은 수많은 논평 중에 적절한 논평이었다.(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하지만 또한 앞에서 쓴 것과 같이 또 다른 가능성에도 열려있는 논평이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인권은 타협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과정은 구성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제 막 시작하는 나는 배워야할 것이 너무 많다. 사람, 삶, 인권 그리고 함께 하는 방법까지. 생각이 아직 심하게 풋풋해서 배워야할 것이 많은 나는 먹고 싶은 것도 많다. 사랑방에서 사람, 생각, 책, 시간... 많은 것을 함께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