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활동가 교육 기간이 끝이 났다. 5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사랑방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기회였다. 바쁜 와중에도 사랑방 모두가 신입활동가 교육을 위해서 품을 들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애써온 활동가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이 기간을 즐겁게 누렸다.
교육 기간이 끝난 후 신입활동가는 활동보고서를 준비해서 발표한다. 주제는 자유롭게, 교육기간을 거치면서 혹은 입방 이후로 느꼈던 것을 사랑방과 이야기해보는 시간이다. 어떻게보면 신입활동가가 사랑방에 여러 제안을 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활동보고서를 준비하면서, 입방과정부터 지금까지 3개월을 스스로 정리해보는 계기가 됐다.
보고서 주제를 정하기에 앞서 ‘낯섦’이라는 단어에 빠져서 허우적거렸다. ‘낯섦’이라는 키워드를 주제로 잡고 싶은데, 막상 쓰려고 하니까 생각이 많아졌다. ‘어떤 일을 하든 처음 시작은 낯선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낯섦이라는 말이 입에 맴도는 이유는 사랑방의 활동가 조직에서 오는 난감함과 새로움에 대한 고민이었다. 기존의 생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움도 있었다. 경험과 이해도의 차이에서의 난감함도 있었다.
주제만 고민하다가 글이 안 써질 거 같아서, 지금까지의 소회와 고민을 담아보는 방향으로 글의 가닥을 잡아나갔다. ‘‘낯섦’을 넘어서 새로움’이라는 접근으로 잘 적응해나가기 위해서는 입방부터 신입활동가 교육기간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제안과 고민을 담아갔다.
보고서를 쓰면서 사랑방은 활동가 조직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입방하고 나서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입방 전에는 활동가 조직을 틀에 갇힌 활동이 아니라, 원하는 방식으로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유’만을 고려했다. 뚜렷하게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가 아니라. 뭐든지 할 수 있는 곳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입방 후에는 자율성이 책임과 동반된다고 느꼈다. 수평적이고 동등한 것은 결국 어떤 활동이든 토의와 토론의 과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활동가 조직이 가지는 책임 중의 하나가 상임회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활동을 동등하게 하는 것을 지향하기는 하지만 설득의 언어 역량 차이는 어쩔 수 없이 생긴다. 활동 기간에 따라 사랑방에 대한 이해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격차는 객관적인 객차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필요한 역량은 자신만의 ‘설득’ 언어이다. ‘설득’이란 결국 그동안의 활동 경험과 쌓여있는 역량에 기반한다. 여기서 말하는 설득은 자신의 언어로 활동과 생각을 잘 설명해내고, 의견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설득은 나를 포함해서 다른 이에게도 잘 설명할 수 있는 방향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결국은 활동의 좌표를 잘 정리해서 설득의 언어에 담아야 한다. 활동 방향성과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도 포함해야 한다.
신입활동가는 어떻게 설득의 언어를 키워갈 수 있을까? 그래서 신입활동가 교육기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섦'이라는 장벽을 낮춰가고, 어설프지만 자신만의 설득 역량을 키울 기회였다. 회의 시간과 더불어 교육 기간 동안에 사랑방의 설득 언어를 배워간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활동보고서 발표 때 나눠보았다.
활동보고서 발표는 사랑방에 건네는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스스로 건네는 말이기도 했다. 교육기간 내내 사랑방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또 그만큼 머리가 복잡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 활동가가 입방 전부터 “(사랑방은) 양파 같은 조직이다. 까면 깔수록 무언가가 계속 나온다”고 말해줬다. 이 말에 정말 공감한다. 지금까지의 기간은 사랑방의 역사와 조직구조 그리고 현재 활동에 대해서 채워가는 과정이었다. 앞으로는 현재 활동을 어떻게 해나갈지 가늠해보고 방향을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고, 고민하는 바가 뭔지 명확해진 느낌이다. 느리더라도 움직이는 거니까. 발걸음을 떼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