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로 ‘2011년 올해도 다 갔네’ 생각합니다. 이번 여름에는 덥기도 참 더웠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뭔가 여름이라는 기분을 거의 못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뭔가 계절들을 점프해서 시간이 흘러갔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젠 오랜만에 홍대 안을 걸었어요. 올해 초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할 때 지지방문 갔던 게 떠올랐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던 날, 눈 쌓인 정문 앞 길바닥에서 매트 한 장에 엉덩이를 붙이고 집회를 했는데 어찌나 춥던지... 장갑 안에 핫팩을 붙였는데도 손이 얼얼했지요. 그렇게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했던 49일의 투쟁 끝에 홍대 청소노동자들은 복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곧 5차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갑니다. 처음 희망버스를 타고 갔던 영도조선소의 여름은 햇빛으로 뜨거워진 각종 철판 자재들의 열기로 무척 더웠습니다. 10월 8일 5차 희망버스를 타고 김진숙씨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만나러 부산으로 가는 날은 김진숙씨가 크레인에 오른지 276일째가 되는 날이라고 해요. 겨울에 올랐던 그 크레인 위에서 봄과 여름을 보낸 거네요. 276일, 6624시간이란 숫자의 무게를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그 무게를 같이 져야 한다, 300일을 넘어 다시 겨울을 그 크레인 위에서 맞이하게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10월 4일은 3차 희망걷기가 있는 날입니다. 복수노조 허용 이후 사측에서 어용노조를 만들고 민주노조 조합원들의 탈퇴를 종용하는 것에 항의하면서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현재 천막 농성 중입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집회를 시작으로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성폭력을 제보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농협 그리고 현대차 노동자와 연대하고, 막개발을 멈추기 위해 싸우고 있는 명동재개발구역 철거민들을 만나고, 1300일 넘게 일방적 단협(단체협상) 해지에 맞서 싸우고 있는 재능교육 학습지 노동자들을 만나러 시청 앞 농성장으로 갑니다. 대안개발연구모임이 활동하고 있는 성북 장수마을은 굽이굽이 높다란 계단으로 이어진 동네에요. 도시가스가 인입되지 않아 기름과 연탄, LPG 가스로 난방을 하는데 노후된 주택이 대부분이라 단열이 잘 되지 않아 겨울에 난방비가 몇 십 만원씩 든다고 해요. 올 겨울을 또 어떻게 나야 하나 만나는 주민들마다 걱정스럽게 얘기합니다. 제주도가 세계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각종 홍보를 곳곳에서 보게 됩니다. ‘평화의 섬’ 제주 남쪽에 위치한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를 깨부수며 해군기지를 짓겠다고 하는 이곳에서 하루하루를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있습니다. 농성할 때, 문화제할 때, 미사를 드릴 때 차가운 바닷바람에 그이들의 마음이 굳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평년보다 기온이 낮다는 요즘, 햇빛은 따사롭지만 공기는 참 차디찹니다. 사무실 안에 있어도 으슬으슬 춥네요. 오랜 싸움에 지치지 않도록, 가진 것이 없다는 게 서럽지 않도록, 무심한 반응들로 외롭지 않도록, 날씨가 춥다고 마음까지 춥지 않도록 10월, 남은 2011년의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