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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미루기

10월에는 ‘내 인생의 미루기’을 아그대다그대 이야기합니다.

세주
그래 미루기. 내 진심을 직접 전하는 것에 대한 미루기. 그때는 미뤄도 언젠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말들이 있었는데 끝내 하지 못한 말들이 있다.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된다, 입은 하나다, 쓰러진 물컵을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 건지. 혹시나 이게 나의 생물학적 특성에 기인한 건지 궁금해서 책을 찾아봐도 역시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앗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 암튼 할말은 그때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말 미루지 말아야지. 아니면 아예 잊어버리던가. 지금 갑자기하고싶은말이 생겼어. 임금님 귀는 토끼귀~~ (맥락없나?)


바람소리
내가 흔히 미루는 일 중 하나가 공과금내기이다. 세입자라 언제 이사갈 지 몰라 자동이체를 안하고는, 제 때 공과금을 못 내서 수수료를 몇 백원 낼 때가 종종 있다. 혼자 살아 공과금이 많지 않다보니 더 그런 거 같다. 내년에 이사가면 꼭 자동이체 신청해야지!


초코파이
미루는 것이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미루었다가 제일 후회되었던 것은 '내 진심을 말하기'였다.
30대에 오랜동안 마음에 품었던 이가 있었는데 서로 마음은 있으나 쉬이 다가서지 못하고, 함께여서 좋으나 더 이상 한 발 내딛지 못하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멀어졌던 기억... 그게 내 인생의 가장 아린 '미루기'


은진
아그대다그대 쓰기... 몇 번 놓쳤다.
농담이고, 하기 싫고 머리 아픈 것들을 잘 덮어두는 성격인 것 같다. 고치려고 하는데 지금도 20주년 워크숍 발제문 초안을 미루고 있다....



우선 시급하게 해야 하는 것은 선풍기 청소. 더웠던 여름날을 잘 버티게 해줬던 선풍기를 닦아 넣는 것을 나눴건만 내가 맡은 파란 선풍기만 민망하게 쉼방 한 켠에 남아있다. '10월 5일까지 하겠습니다'라 적어놓은 메모가 붙은 채. 11월 5일까지는 꼭 해야지. 아, 정말 부끄럽다. 그리고 계속 미루고 있는 것은 집정리. 어수선한 집을 정리하려면 박스 몇 개로 나뉘어져 있는 짐들을 풀어 버릴 것을 버려야 하는데, 도저히 볼 자신이 없다. 10년간 곳곳에서 받은 자료집, 이것저것 함께 하며 나왔던 문서들 등등이 가득하다. 부모님 댁에서 나오면서 가져왔던 짐에 딱 지금까지의 시간이 고스란히 더해져 그야말로 짐덩어리들을 계속 풀지 못하고 옮기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그냥 눈 딱 감고 버리지 않으면 절대 안 치울 거라는 친구의 말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데 말이다.


ㅎㅊ
이 메모를 쓰고 있는 지금도 전 저녁 설거지를 미루고 있습니다. 아마 사랑방 미루기 최고는 저일 것 같습니다. 공과금 내기는 집에 해지 딱지 붙어야 내는 게 일상이고, 해야할 일들은 마감 직전에 하는 게 기본입니다.(지금도 오늘까지 마감 해야할 일 두 가지를 시작도 못하였습니다ㅋㅋㅋㅋ) 예전에는 빨래도 입을 옷 없을 때까지 미루었지만 이젠 빨래와 청소만은 미루지 말자라고 굳게 다짐하며 설거지만 미루고 있습니다... 뭐 이런 자질구래한 일을 미루고 있지만 나름 중요한 연애를 위한 노력도 요즘은 미루고 있습니다. 빨리 노력을 해야 하는데 뭔가 하는 게 너무 귀찮아서 다 미루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렇게 미루어 놓은 것들이 한방에 빵 하고 찾아오는 날이 있겠죠?? 음 그러면 한번에 일과 사랑 두 가지를 모두 쫓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네요ㅎㅎㅎㅎ


승은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은 방을 꼭 청소하자는 굳은 결심을 했으나 계속 미룬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규칙적으로(남들이 보았을 때 어지러이) 깔려있는 화일들을 정리해야지 하면서 미룬다. 퇴근할 때 오늘 먹은 컵을 꼭 씻어야지 하다가 그 다음날 한 적도 많다. 내 여력의 일부분을 정리하는 일에 투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일 하다가 정리를 매번 미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