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사랑방의 인연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쯤에 사랑방에 와서 자원활동을 신청한 지 고작 6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운동에 대한 열정이 시간에 비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동안 사랑방이 축적해온 무언가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새롭게 상임활동가가 된 한 ‘동지’의 말처럼, 선배들이 노력으로 축적해놓은 비교적 안정적인 사랑방의 성과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축적된 것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 사회에서 인권운동이 축적해야 할 것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믿습니다.
사랑방이 축적해온 소중한 성과 중의 하나는 바로 사랑방 운영원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랑방을 상임활동가들의 모임만이 아니라 모든 자원활동가들과 모든 후원회원들의 모임으로 만들고자 하는 고민과 노력들은 과소평가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대표와 사무국장 등의 서열적인 체계를 두지 않고 모두가 평등한 상임활동가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활동하는 운영 원리는 사랑방에서 말하는 민주주의가 결코 멀리 있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물론 부족한 것은 많을 수 있습니다. 아직도 모든 사람들과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돌아봐야 할 것이며, 우리 스스로도 평등하고 민주적으로 관계맺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결과로서의 체계가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수단이라면 사랑방은 어느 정도 그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기도 합니다. 물론 상임활동가들 뿐만 아니라 모든 자원활동가와 후원회원들이 끊임없이 채찍을 들어야 하겠지요. 지금까지 사랑방이 그래왔던 것처럼,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원칙의 무기가 녹슬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한때는 서슬퍼런 공안탄압의 칼바람에 무릎꿇지 않고 꼿꼿이 날세워 저항해온 사랑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 서슬퍼런 공안탄압의 바람이 몰아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혼란스러운 시대에 잠시 길을 잃는 경우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사랑방의 날선 운동의 원칙만큼은 꺽이지 않을거라 믿습니다. 물론 그런 사랑방을 지키는 것은 상임?자원활동가와 후원회원 모두의 몫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백컨대, 전 아직 사랑방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인권운동에 대해서도 여전히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전히 ‘운동과 삶’을 고민하고 있고, 어떻게 운동과 인권을 가지고 대중들을 만날 수 있을까 고심하며 이제 또 한걸음 내딛고자 합니다. ‘삶에서 아직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라고 한다면 너무 나약한 태도일까요? 하지만 여전히 제게 있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듯 합니다. 다만 현재에 최선을 다 하는 것, 옳다고 믿는 것을 등지지 않는 것, 미래를 재단하지 않고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제가 부여잡아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말이 길어지면 그만큼 나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말도 많아진다고 믿습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실천으로 모든 사랑방 분들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비껴나갈 때 쓴소리 할 수 있는 나와 사랑방의 관계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숨 한번 크게 들이쉬고, 크게 한번 웃어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