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제목은 그러한 리플들 중에 하나이다. 나는 저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왜냐면, 암암리에 제법 넓게 퍼져 있는 저 생각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보안법폐지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들어 국가보안법 폐지의 힘을 모으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일반인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이 명제가 참이 아니라고 나는 단호하게 주장한다. 국가보안법은 정말 일반국민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가? 만약 민주주의 발전과 사회?문화?예술 발전 그리고 평화적 통일이 일반국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맞는 말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발전과 사회?문화?예술 발전, 평화통일은 사회 전체가 지향하는 가치이고 국민 모두의 일상과 운명에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서 따로 이야기하지 않겠다. 다만, 국가보안법이 민주주의 발전과 사회?문화?예술 발전 그리고 평화통일을 어떻게 방해하고 있는지를 말함으로써 국가보안법이 빨갱이건 빨갱이가 아니건 소위 운동권이든 운동권이 아니든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건 그럴 가능성이 손톱만큼도 없는 어린 아이이건 간에 우리 모두의 삶을 옥죄고 있음을 밝히려 한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의견이 공존하는 다원성이 그 핵심이다. 이를 위해 언론?출판 등 표현의 자유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은 사상, 양심, 표현의 자유와 그 실현 행위를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로 몰아 감옥에 가두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국가보안법은 정권의 유지를 위해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국민 개개인의 창의적 사고와 자발성 등을 제약하고 궁극적으로 성숙한 시민참여 사회와 민주주의 사회로 발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왔다.
국가보안법은 정치적으로 대안세력이 형성되는 것을 철저하게 봉쇄하여 정치적으로 수구?냉전 혹은 보수적인 세력만이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로 인한 결과는 파병정권, 신자유주의 정권, 민중생존권 위협 정권의 출현으로 나타나 우리의 삶을 깊숙이 억압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은 문화?예술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밖에 없다. 예술의 영감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것,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상상력에 기댄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그 자의적인 처벌에 의해 예술가들에게조차 ‘자기검열기제’를 형성하게끔 하여 문화?예술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통일의 한 주체인 이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여 분단체제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평화적인 남북 교류의 장애물로 기능해왔다. 이를 통해 남북간 화해의 노력을 봉쇄하고 우리 사회 내에서마저 적대와 증오감을 조장하는 분단법제의 역할을 해왔다. ‘법대로 하면’ 금강산 관광 중 북한 안내원과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 죄에 해당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다. 즉,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교류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넌센스한 모순을 끊임없이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보안법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즉, 각각의 영역에서 우리 사회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고, 그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그 불이익을 나눠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이 우리 모두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말하고 폐지를 위해 행동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