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움 활동가를 지원하고 나서 14명의 상임, 돋움 활동가들과 차례로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회의실에서, 카페에서, 캠퍼스에서, 술집에서 둘이 또는 여럿이 만나면서 내 경험과 생각을 나눴을 뿐 아니라, 그들의 얘기도 들을 수 있었어요. 조직에 대한 책임감, 팀운영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 현재 운동에 대한 평가 등 다들 각자 위치에서 고민하는 것들을 털어놓았어요. 짧은 만남 동안 나의 몇 마디 말로 없던 신뢰가 갑자기 생길리는 없겠지만, 지금와서는 별 마음의 준비없이 임했던 그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요.
자유권팀 자원활동을 시작하고 4개월을 지나오면서도 새로움에 대한 기대나,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은 줄어들지 않았어요. 다만 앞으로 이 공간에서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 것인지 감을 잡기 위해선 사랑방에 더 깊숙이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했어요. 인권운동에서 쓰이는 개념과 언어들이 아직 모호하게 받아들여져, 공감을 넘어서 내 운동의 언어로 소화하기 어려울 때가 대부분이에요. 우선은 평가를 앞세우지 말고 많은 걸 관찰하고 공부하고 경험해야 할 것 같아요. 과거에 했었던 활동과 얼마나 이질적이든, 내가 현재 하고 있는 게 어떤 운동으로 규정되든, 스스로 그것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2주 전 회의를 마치고 나서 집으로 오면서 이런 의문이 문득 들었어요. 내가 논쟁하고 비판하는 걸 언제부턴가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는가. 탁상에 둘러앉아 회의하고, 인터뷰했던 자유권팀의 선영, 정인, 상현, 유성, 미류씨 얼굴을 떠올려봐요. 내가 그들과 가는 길이 같지 않더라도 우린 현재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목적이 있고, 그것에 나름의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다는데 만족하며 그칠 수도, 더 나아갈 수도 있겠죠.
들은 바대로 사랑방에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고, 서로 간의 견해차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소통의 장애가 되는 경우도 본 것 같은데, 나의 경우는 어떨까. 특히 상임, 돋움활동가 회의에서는 허허실실의 싸움도 종종 있다고 들었으니까요. 어디서 운동을 하든 이념과 정치만큼 사람관계도 중요하고, 또 어렵다고들 하지만 그것이 활동가들의 버팀목이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고, 좁혀질 수없는 차이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 않겠죠.
하지만 상임, 돋움 활동가들과 만나면서 수차례 확인한 건 활동가들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일과 활동으로 맺어진다는 것이었어요. 그건 어느 운동조직에서나 공통적인 것 같아요.
허물어졌던 단순한 원칙을 상기해봐요. 성실하게 하자 그리고 성급해하지 말자.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내 능력과 내 존재로 인정을 받는거니까.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