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6개월 안식년동안 안하고 살았던 것을 해보려고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몸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댄씽퀸도 아닌 내가 ‘나 춤 못춰! 아~부끄러워’ 이것만은 면해보고 싶었다. 감각기능 중 유독 신체감각 기능이 떨어지는 나는(시각과 청각은 뛰어나다) 하여간 내 몸을 스스로 다룰 줄 몰랐으니, 몸을 움직이는 일에서는 이제 막 발걸음을 Ep는 수준.
안식년 동안 거의 10년 만에 만난 친구들과 작은 바에 갔다. 친구들은 신나게 몸을 흔들어댔다. 오~ 마이 갓! 그중에서 춤 실력이 좋았던 친구와 대적하는 순간 나는 눈빛도 마주하지 못하고 어버벅 거렸다. 후회막급! 같이 갔던 친구들의 자유로움 역시 나의 눈을 휘둥글어지게 했다. 그 순간 이른바 인권운동을 한다는 나는 얼마나 자유롭지 못하게 살아왔는지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춤을 통해 어떻게 인간의 몸과 영혼이 자유로울 수 있는지 확실하게 보았다. 같이 춤을 추면서 도도하게 그이들의 눈을 쳐다보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그리하여 춤 테라피에 참석해서 나의 춤 실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 춤 세라피
춤 세라피를 이끌어주신 분은 신차선 선생님. 작년 ‘내면의 촛불 빛내기(촛불 집회 참석자들 심리 치유 프로그램)’로 인연을 맺고 다시금 만났다. 선생님은 ‘인간의 몸에는 정서나 감정이 저장되어 있다’고 말했다. 영어로 '동작'을 나타내는 단어 Motion(the act or process of moving)과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Emotion(a strong feeling of any kind: love, joy, hate, fear and jealousy are all emotions)는 굉장히 유사하다. 따라서 동작을 하게 되면 몸에 저장되어 있는 정서나 감정이 바깥으로 나와 치유된다. 어떤 동작을 반복하게 되면 눈물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몸에 저장되어 있던 감정이 바깥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좌선이 가만히 정좌해서 자신의 내면을 향해 들어간다면, 춤은 바깥에서 움직이는 동작을 통해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는 작업이다. 상담을 통해, 마음을 바라보고 있으면 (혹은 그러한 정서를 인정하면) 사라진다. 춤은 몸의 움직임을 통해 감정이나 정서를 사라지게 한다.
나에게 있어서 몸의 움직임이란 익숙하지 않다. 몸으로 하는 일을 잘 하지 못하고 나의 에너지를 많이 투여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수련을 통해 몸 관찰을 많이 하려고 하는데, 여전히 몸에 집중하기 보다는 생각이나 감정으로 빠지는 것 같다.
춤 테라피에서 나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춤을 추기 보다는 몸으로 하는 동작을 주로 많이 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남을 의식하지 않는 것, 나의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여보는 것, 의식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내 몸을 남에게 맡겨보는 것, 리듬을 타는 것이 어떤 것임을 느껴보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몸을 움직이면서 빠지지 못하고(깊게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분별심이 올라오면서 거리두기를 하려는 내 자신도 볼 수 있었다.
엠마 골드만은 “내가 춤을 출 수 없는 혁명이라면 나는 당신들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어”라고 말했다. 과거 나는 천주교 사회운동(하느님 나라 건설~) 인권운동(인간답게 사는 세상 만드세)을 하면서, 춤을 춰보지 못했다. 물론 술 먹고 바나 노래방에 춤추러 간 적이 있기는 하지만, 운동의 과정에서 춤을 춘 적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이다. 왜 일까? 일단, 나의 진지함과 아둔함이 한몫하고 (내가 관여했던) 운동의 경직됨이 두 몫을 했다. 사회로 보면, 워낙 국가폭력이 위력을 발휘하는지라 시위의 현장에서 춤을 춘다는 것은 거의 상상을 할 수 없다. 운동이 저항하는 방식도 분노를 일으키는 것, 국가폭력에 맞서다보니 긴장감이 올라오는 것이다 보니 어떤 즐거움을 느껴서 춤을 추지는 못했다. 혹은 승리하지 못해서인가?! 앞으로는 운동 기획으로 춤추는 이벤트를 자주 마련해야겠다. 꼭 춤은 아니더라도 몸을 많이 움직이는 이벤트를 마련해야지. 이제 달리기는 너무 힘들다.
그러고 보니, 작년 촛불집회에서 여성, 장애인, 노숙인, 성소수자, 청소년들과 함께 춤췄고, 내 안에 촛불 빛내기를 통해 촛불 집회 참석자들과 군무를 췄다. ㅋㅋ 그 기억이 그래도 수줍어하는 내 몸을 들쑤신다.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