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문유진 님께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3년 전 쯤 아주 멋진 스타일로 사랑방 한 켠에 앉아계셨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어려운 질문에 답하시기 부끄럽다 하셨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답변은 솔직하고 시원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유진 님~ 어서 빨리 뵙고 싶어요. 바쁘시더라도 짬 내셔서 사랑방에 방문해 주세요^^
◇ '인권운동사랑방'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나 느낌이 있으신가요?
아, 제일 어려운 질문. '시크'한 답변을 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수 밖에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꾀죄죄한 활동가들의 모습이 '딱' 떠오르는데 이를 어쩌죠. (>_<);
◇ 인권운동사랑방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인권영화제에 대해서 먼저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아무개 씨(유성의 이름을 밝혀도 될랑가 잘 몰라서)가 사랑방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주면서 본격적으로 사랑방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 그동안 사랑방 활동 중에 참여하셨거나 인상 깊었던 활동이 있으시다면?
관람이라는 '소극적 참여'가 가능해서일까요, 인권영화제에 비교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저처럼 소심하거나 게을러서, 또는 여러 다른 이유로 적극적 활동을 망설이는 사람들도, 영화제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를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인권이라면 그저 무겁고 어려운 또는 어둡기만 한 것이라고 두려움부터 가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권문제의 일상성(자신의 삶 속에 자리한 문제들)을 소개하기에도 참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세미나나 토론회와 같이 인권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행동과 달리,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간접적이지만 더 내밀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인권을 환기해준다고 생각해요. 어떤 주제나 문제의식을 즉각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영화가 뿜어내는 그 인상 내지는 막연한 이미지들은 내면에 잠재해 있다가, 내 삶의 한 순간, 어떤 사건이 나에게 일어날 때에, 번개처럼 "쾅"하고 돌연 나타나게 되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우리는 천천히, 하지만 보다 진정으로 인권에 대해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이런 것이 인권영화제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제 이외에도, 오래 전이긴 하지만 반성폭력교육에 한번 참여했었는데, 아주 유익한 경험이었어요. 나 스스로도 (교육에 의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차별의 정의와 사례들을 참가자들과 나누면서 감수성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었지요.
◇ 최근에 관심 있는 사회적 이슈는 어떤 것인가요?
극도로 반인권적인 최근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이슈들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할 만큼 제대로 아는 것이 있는지 자신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가까이 느껴지는 것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억압당하고 있는 현실이에요. 애초에 '불법집회'라는 단어 자체가 얼토당토 않은데, 뉴스에서도 신문에서도 공공연하게 불법운운 해대니, 참 어처구니가 없고 분노가 치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죠. 나 원 참!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경찰청장이나 대통령한테 허락받고 해야 한단 말인가요? 광화문 1인시위자를 즉각 연행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점퍼에다 매직펜으로 현 정권이 경기할만한 글귀를 하나 쓴 다음("나는 명박이가 싫어요" 따위) 광화문 광장을 걸어 다니는 거죠. 그러면 곤봉으로 뒷통수를 맞게 될까요? 그럼, 외국어로 써보면 어떨까요? 영어는 쉬우니까, 뭐 스웨덴어나 몽골어나, 불가리아어나 아라비아어 정도? 전 세계 각국 언어로 똑같은 문구를 쓴 점퍼를 한명씩 입고 그냥 막 걸어 다니면 한국어 점퍼 입은 사람만 잡아갈랑가. 실험 퍼포먼스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약 10년 전, 대학시절에 '티셔츠행동당'이라는 그룹이 행동주의 티셔츠를 제작해서 판매했었는데, 지금 그 티셔츠 입고 다니면 어떻게 될지 아찔한 것이죠. 아. 이게 뭡니까.
◇ 소식지를 받아보시고 읽으시면서 아쉬움이나 바람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지요.
마침, 오늘 아침에 그동안 받아온 사람사랑을 쭈욱 순서대로 정리를 했어요. 한번 씩 읽어보고 모아두긴 했는데, 이걸 버리기는 아깝고 뭔가 주변사람들과 돌려보거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말인데, 사랑방의 활동소식 외에도 활동가나 후원인이 직접 들려주는 일화 형식의 생활 속 인권이야기를 짧은 꼭지로 넣어주심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