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차별 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유나입니다.
제가 사랑방 문을 똑똑 두드린 지도 벌써 오개월 남짓이에요. 비록 개인 사정으로 회의도 몇 번 빠지고 숙제도 잘 안 했지만(…) 왠지 모를 정이 느껴지는 곳이에요. 사랑방은.
사랑방을 알게 된 것은 서울시학생인권조례 때였어요.
실은 저는 저밖에 모르는, 그리고 사회적 이슈 등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밖의 이야기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거기다가 그것이 순전히 ‘밖의 이야기’가 아님을 천천히 깨닫고 있었어요. ‘나와 상관없는 일들이 아니다’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마침 트위터가 서울시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이야기로 뜨거웠어요. 그 당시 ‘지_보이스’ 정기공연을 같이 준비하고 있던 저는 ‘친구사이’에서도 그와 함께하고 있음을 알았고, 친구사이를 통해 1인 시위를 신청하였어요. 1인 시위를 하는 도중에는 한 남성분께 여러 질문을 받았었어요. 조례 자체에 대한 얘기나 ‘애초에 하느님이 남성과 여성을 만든 이유가 있지 않을 것이냐’, ‘동성애를 하면 출산율이 줄어들지 않겠느냐’ 등등. 최선을 다해 대답을 했지만 ‘아, 난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 싶기도 했어요. 그래서 1인 시위 후에 서울시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것을 찾아 읽어보며 ‘아, 이렇게 대답했으면 좋았을걸’ 후회하기도 했고 반성(아는 것도 없이 주제 넘게 1인 시위를 했구나, 등)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에 이어 12월에 종강 후 바로 농성에도 같이 했고(농성장에서 아-아주 조용히 있었던 터라 저를 기억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열심히 힘을 보태고 있던 사랑방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농성장은 제 생각보다 마냥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힘듦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놀랍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였지요. 그 몇 달 간은 스스로의 변화를 느낀 중요한 시간이었어요.
그 후로 사랑방을 무의식에 놓아두다가 몇 달 후 우연히 트위터에서 사랑방 자원활동에 대한 트윗을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별 망설임 없이 우선 해보자,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원신청을 했고 현재까지, 멋진 분들과 흥미롭고 재미있는 회의를 하며 지내게 되었지요.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정말.
최근에는 11월 10일, 작년에 이어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 속해있는 게이코러스 ‘지_보이스’와 여성객원으로서 정기공연을 함께 했어요. 사랑방에서 몇 분이 보러 오셨었는데, 무대 위에서는 관객석이 잘 보이지 않아 얼굴을 보지 못해 아쉬웠답니다.
이번 공연은 작년보다 안무가 많아 외우는데 힘들기도 했지만 그 연습하는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작년보다 (저의)감성을 톡톡 두드리는 노래가 많았답니다. 듣고 있으면 눈물이 차오름을 느낄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앵콜 곡이었던 ‘You make me proud’는 부르면서도 울지 않고는 못 배기는 감동스런 노래였어요. 물론 스스로 노래를 더 잘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요. 하하.
좋아하는 사람들과 부르는 노래는 참 즐거워요. 노래로 이야기 한다는 것, 노래로 함께 한다는 것, 노래로 듣는 사람과 교감을 한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에요. 연습하는 시간, 공연하는 일 분 일 초가 ‘되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니 최선을 다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자고 다짐하기도 하고요.
노래와 몸짓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얼마나 멋지고 감동스런 일인지 모르겠어요. 자신에게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그리고 보는 관객도 한 발짝 나아가는 공연이 ‘지_보이스’의 공연이 아닐까 해요.
만약 내년에도 ‘지_보이스’에서 여성객원을 모집한다면, 혹 시간이 되는 분들은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즐거움은 보장하겠어요! (이성애자 남성분들은… 공연을 보러 오시면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겁니다!)
저는 아직 대학생인지라 과제에 치어살기도 하고, 시간을 쪼개서 서울 나들이를 하기도 하며,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이제 12월이고 2012년도 저물어가는데, 아직 얼굴도 이름도 잘 모르지만 만나고픈 사랑방 분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12월을 어떻게 보내실 건가요? 부디 추운 가운데서도 사람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라며, (다소 요상한)글을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2012년은 고마웠어요!
범유나(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