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후원인 인터뷰

“안전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답할 몫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 같아요.”

캐나다와 한국 사이에서 일상적 괴리를 느끼고 산다는 지원 님을 만났어요

이번 달에는 한동안 끊겼던 후원을 다시 시작해준 지원 님을 만났어요. 직접 매달 이체하면서 후원을 이어오셨는데, 현재 캐나다에서 유학 중이라 은행 업무를 볼 수가 없어서 잠시 후원 중단이 되었다고 해요. 방학기간 한국에 나와 은행 업무를 보자마자 사랑방 후원부터 챙겨 주셨다네요. 참 고맙고 든든합니다. 지원 님은 한 달 정도 있다가 돌아간다고 하는데, 다음번 한국에 나왔을 때는 좀 더 힘나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길 바래봅니다.

 

◇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캐나다에서 철학 공부를 하고 있고요, 방학 기간이라 한국에 나와 한 달 정도 있다가 다시 돌아갑니다. 그래서 중단되었던 후원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고요. (^^) 4년 전쯤 마로니에 공원에서 했던 서울인권영화제에 갔던 인연으로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을 하게 되었어요. 당시 슬로건이었던 “당신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문구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딘가에 후원을 하고 싶은 마음은 전부터 있었는데, 시급하기도 하고 제가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이 인권 문제여서 자연스레 후원을 시작했어요. 인권 문제가 동떨어져 있는 어떤 문제가 아니라 저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평상시 생각해왔기도 하고요.

 

 ◇ 철학이라니 참 어렵게 들리는데, 지금도 공부를 계속하게 만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철학이라는 학문이 왠지 있어 보이는 것 같고 심오해보여서 겉멋으로 시작했어요. 요즘은 철학 자체가 별 것으로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함께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양한 사고방식을 서로 접하면서, 상식적으로 이성적으로 문제를 다루려고 하는 노력이랄까. 그렇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철학이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사랑방 활동에서 눈 여겨 보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매주 메일로 오는 인권오름 기사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이에요. 어린이책 공룡트림 꼭지도 재밌게 보고, 예전 인터뷰 기사였던 것 같은데, 학교 안에 “나무를 위한 공간은 있는데 정작 사람을 위한 공간은 없다.”는 청소노동자의 이야기가 계속 기억에 남아요. 인권 관련 뉴스를 접할 곳이 마땅치 않고, 무언가 검색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야 하는 시대에 정돈해서 문제의식이나 입장을 전하려고 하는 노력을 인권오름에서 읽게 되는 것 같아요.

 

◇ 최근 관심을 가는 인권 이슈가 있으신가요?

얼마 전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일베에 대해 다뤘거든요. 일베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사회적 찌질이(?)로 몰던데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많이 아쉬웠어요. 근데 이런 혐오발언, 증오발언을 어떻게 봐야 할지 많이 고민이 되요. 분명히 그런 발언으로 인해 구체적인 피해가 있고, 그러하기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긴 해요.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엮여 있기도 하고, 규제의 구체적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스럽습니다. 최근 쏟아지는 막말들을 보면 더더욱 답답해지네요.

 

◇ 지방선거 결과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인데 어떠셨나 궁금하네요.

서울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당선된 5곳 중 한 지역에 살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전라도나 경상도는 언제나 한 쪽이 압승하던 지형이었는데, 이번에 격차가 좀 줄어들었다는 것이 그나마 좀 위안이 되었어요. (인물 효과도 분명한 것 같긴 하지만요.) 그리고 다음 지자체 선거에서는 부디 소수 정당들이 의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의 비례대표제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투표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캐나다에서 지내면서 한국 소식을 접할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캐나다에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함께 버스를 타는 게 일상인데, 어느 날 한국에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하는 뉴스를 보면서 크게 괴리감을 느꼈어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처음 접한 게 2000년대 초반인데 현실은 여전히 멀구나 답답했습니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게 했던 것 같아요. 아렌트라는 사람이 나치즘을 이야기하면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을 했거든요.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할 뿐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던 건데,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악의 평범성”이 떠올랐어요. 근데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시초를 다투는 상황에서도 계산기를 두드리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는 것에서 더 끔직한 것 같아요.

 

◇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는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말하는 편이에요. 점점 더 불안해지는 시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거나 그저 개인의 몫이라는 구닥다리 방법을 쫓아가지 않으려면 안전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답할 몫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 같아요. 빈부격차도 줄이고, 다양성이 더 넓고 깊게 인정되고, 인권이 너르게 보장되는 날을 꿈꾸며, 이런 저런 사안이 많아 일도 많고 마음 쓸 일도 많을 활동가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