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이 되면 사랑방에서 활동한 지 만 2년이 된다. 시간은 늘 그렇듯 빠르다. 사랑방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내게 가장 버거운 일은 사랑방 회의에 참여하는 일과 인권에 관한 사랑방의 입장을 담은 글을 쓰는 일이다. 사랑방에는 크고 작은 회의들이 넘쳐 나는데, 어떤 뚜렷한 의견과 입장을 가지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사랑방 활동 못해먹겠다는 말을 속으로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씩 활동가들이 돌아가면서 쓰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은 심한 내적 괴로움을 가져다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랑방의 활동이다. 초창기에는 글의 기획회의를 할 때 심장이 쿵쾅거리고 목소리도 떨릴 정도로 긴장했다. 1년 11개월이 지난 지금은 심장이 덜 나댄다. 회의 때 마다 바닥이 드러나는 듯한 화끈거림 같은 것이었을까. 참으로 오랜만에 자책이라는 감정의 형태를 경험하며 ‘하루를 살아도 마음 편히 살고 싶다’며 빚쟁이에 쫒기는 사람이나 할 법한 말을 무시로 뱉었다.
사랑방은 요즘 후원인 모집 사업을 준비 중이다. 나는 그 모집 사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준비팀’에 있다. 사랑방이 지금 시대에 왜 필요한 운동이며 조직인지, 그 조직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은 어떤 사람들인가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내용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 중 나에게 주어진 일은 사랑방 활동가들의 어떤 면을 부각시키면 좋을지를 탐구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활동가들이 사랑방에서 활동하기 위해 쓴 자기소개서 이른바 입방지원서를 꺼내 읽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그 글들은 어떤 의미에서 위로를 주는 글들이었다. 내가 닮고 싶은 활동가들이 사랑방 문을 두드리며 썼던 글들은 어딘가 지금의 내 감정과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읽어보는 나의 입방지원서는 그 중 가장 패기 넘쳤다. 갑자기 거의 2년간 느낀 자괴감이 부끄러워졌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을 곱씹는다.
다행히 활동을 시작했을 때 내 앞 뒤로 신입 활동가들이 함께 했다. 시작 시점이 비슷한 사람이 없지 않아서 다행이다. 오래된 단체에 오래된 활동가들과 어울리며 역사적 격차(?)를 홀로 느끼지 않는 일은 꽤 든든한 일이다.
아무튼 사랑방 2년 살이에 스스로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시간이 또 지나면 나의 수레는 조금 덜 요란해질 거라는 나이브한 믿음을 붙들며 외쳐본다. 파이팅.
- 사랑방 활동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반려묘 복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