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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기후정의버스가 간다!

지난 11월 12일 탄중위해체공대위는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 수라갯벌과 석탄발전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충남 태안을 다녀왔다. 수도권과 대전, 부산에서 35명 정도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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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부터 세 시간을 내리 달려 전북도청에 도착했다. 기자회견 현수막을 펼치자, 그 뒤로 피켓들이 첩첩산중 에워싸기 시작했다. 한산한 전북도청을 배경으로 도청 계단 앞에서 새만금 공항 계획 규탄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전북 녹색연합 새만금 살리기 한승우 위원장은 “국토부는 지역 개발 활성화를 위해 신공항 건설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새만금 신공항 건설은 미군이 이용할 목적의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라고 폭로하며 “새만금 신공항 계획을 철회하고 법적 보호종의 서식처인 수라갯벌을 국가가 정책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연이어 이현정 탄중위해체 공대위 집행위원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새만금 수질개선사업은 사실상 실패했다”며 “기후위기 시대 공항 말고 갯벌”이라는 구호를 외치자 거기 있던 모든 사람이 크게 다시 소리쳤다. 공항말고 갯벌! 마이크를 이어받은 기후정의버스 탑승자이자 멸종반란 수수감자 활동가는 “수많은 생명의 삶터인 수라갯벌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일은 죽음이자 학살”이라고 규정하며 “무엇이든 어디든 돈이 된다면 쥐어짜내어 말려버리는 이 죽음의 체제와 토건 폭력에 맞서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반란, 생명을 위한 혁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부는 지난 9월 새만금을 포함하여 부산 가덕도, 대구 경북, 울릉도, 제주도, 흑산도 등 6곳의 신공항 건설계획을 확정하고, 경기 남부, 서산, 백령도, 포천 등 4곳의 공항 건설을 검토할 것을 시사했다. 한쪽으론 탄소중립을 내세우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탄소흡수와 밀접하게 연관 있는 갯벌과 염습지를 매립해 탄소다배출 항공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기만을 저지르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북도청 기자회견을 마치고 다시 한 시간 반을 달려 수라갯벌에 도착했다. 하늘 위엔 미군의 전투기가 견딜 수 없는 크고 위협적인 굉음을 내며 날아다녔고, 그 아래로는 국제적 멸종위기 1급에 해당하는 저어새, 흰꼬리수리, 황새, 매 등의 조류가 서식하는 광활한 염습지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우리는 갯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둔덕에 올라 삼삼오오 모여 채식 도시락으로 그날의 첫 끼 식사를 했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도 함께 먹는 그 밥이 너무 맛있었다. 기후정의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과 이미 신공항건설 저지를 위해 싸우고 있는 지역민들의 만남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말로만 익숙한 새만금의 현실이 어느새 내 문제로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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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시간 반을 달려 태안읍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 석탄발전노동자들과 기후정의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까지 이백여명이 모였다. 태안은 3년 전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석탄발전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정의로운 전환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탄소감축을 위해 석탄발전 폐쇄는 필연적이고, 그로 인한 해고는 당연하다는 식의 정부와 발전자본에 맞서 공공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만들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탄중위해체공대위 김선철 집행위원은 “정부가 뭔가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하지 말고 기후위기 최전선 당사자인 우리가 연대하고 힘을 모아 대안을 찾자”고 목소리 높였다. 그 목소리를 이어받은 태안 석탄발전소 노동자인 송상표 지부장은 기후위기대응으로 인해 석탄발전소가 폐쇄된다지만, 그로 인해 삶이 위협받고 있는 석탄발전 비정규 노동자의 현실을 호소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이정호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는 충남 탄소중립위원회가 노동자 시민의 참여 없이 교수와 외지인으로 구성된 점을 강하게 비판하며 당사자를 배제하는 탄중위의 해체를 요구하는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멸종반란의 지민 활동가는 정부가 자본과 노동 사이의 권력관계를 소거한 채 ‘공정’한 전환을 말하며 사실상 “기업 먼저, 노동은 나중에”로 귀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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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후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상경하는 기후정의버스에 올랐다.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피곤할 법도 한데, 기후정의버스의 공기는 피곤한 기색은커녕 다소 신이 난 듯했다.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해 가장 절실한 투쟁의 현장에서 서로가 연결되었다는 강력하고도 뭉클한 느낌이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기후정의버스는 우리가 누구와 연대하고 무엇에 맞서 싸워야 할지, 자본주의 성장 체제에 맞서는 거대한 싸움에 대항하는 사회적 힘을 어떻게 조직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주었다. 덕분에 기후정의버스로 연결된 ‘우리’가 자본의 기만적인 녹색 전략에 맞선 ‘전선’을 더욱 질기고 두텁게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의 농도도 조금 짙어지는 듯했다.

기후정의버스가 새만금과 태안을 다녀온 뒤 얼마지 않아 탄중위해체공대위는 세 달여의 짧은 활동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 탄중위해체를 넘어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으로 나아갈 것을 선포했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 기후위기 최전선에 선 사람들의 싸움이 시작됐다. 기후정의동맹은 그 투쟁하는 사람들의 연대를 조직하고, 투쟁의 현장을 기후정의운동의 현장으로 조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