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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상담'

정록

'상담'이라는 명함이나 간판을 달고 있는 곳에서 상담을 받은 경험은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우리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상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상담'을 받아보면 또 다르려나?

 

민선

2년 전 이사하면서 대출상담을 받았다. 은행 문 열자마자 들어갔었는데, 거의 점심시간 다 되어서 나왔던 것 같다. 빼곡한 글자로 채워진 서류 뭉치들, 무슨 말인지 정확히 살필 새 없이 직원이 체크해 준 곳마다 싸인을 엄청 많이 했다. 그 결과 이사는 무사히 했고 그 사이 훅 오른 금리로 매달 후달리는 중이다.

 

어쓰

스무 살 언저리에는 참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매일같이 붙어다니면서도 뭐 그리 할 말이 많았던지. 그날그날 있었던 일, 요즘 드는 고민, 기대와 불안과 어찌할 줄 모르겠는 마음까지, 주절주절 떠들다 보면 아무것도 해결되거나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괜히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그때 서로가 서로의 상담자였다는 사실은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최근 우연한 기회로 몇 차례 심리상담을 받으며 다시 떠오르는 기억이다.

 

가원

내가 겪는 어려움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난 다음날 문제가 조금 가볍게 느껴졌다. 별다른 조언을 얻은 것도 없었는데 말이다.

  

인권재단사람의 ‘마음건강검진’을 받고 난 후, 아주 오랜만에 다시 상담을 시작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지금은 그냥 이 말을 곱씹으며 내 발등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시기인 듯하다. 허허허.

 

미류

요즘 정신분석을 받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해 받았는데 이번엔 내게 어떤 시간이 필요한지 살피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더 흥미롭고 더 도움이 된다. 잠에서 깼을 때 꿈을 기억해내는 일이 어려울 뿐 ㅠㅠ

 

해미

근래에는 꿈이 참 상담 같더라. 예상치 못 한 사람이 불쑥 튀어나오며 시작된 대화. 내 의지로 반응하는 듯하면서도, 이미 잘 짜인 각본처럼 말이 나가고. 듣거나 내뱉고 싶었던 말을 직접 말하거나 듣고, 피하고픈 진실을 마주하기도 하고. 꿈과 함께 상담이 끝나면 비로소 깨닫는다. 지금 내 마음의 가장 큰 숙제가 무엇인지를. 그런데 뭐, 다들 고민 하나씩은 달고 살겄지 싶어 담담히 일어난다. 남은 상담은 다음 꿈에서 이어가자는 마음으로.